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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폭염-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8-08 20: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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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여름 날은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한밤중에도 더위를 못 이긴 이들이 동네 골목에 돗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고, 더위에 지친 하숙생은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다가 냉장고 문을 연 하숙집 주인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1994년 당시 전국 폭염일수는 29.4일을 기록했고 서울에서는 열대야가 35일이나 발생했다. 가정용 에어컨은 이때를 기점으로 대중화된다.

    ▼흔히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높은 기온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폭염’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개 더위보다는 추위를 더욱 혹독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기상청도 2008년이 돼서야 ‘폭염특보’를 시작했다. 기상청은 5~9월 중 일일 체감온도 최고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 체감온도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폭염의 기록도 시간이 지날수록 경신된다. 1994년 38.4℃(서울 기준)를 찍었던 관측 이래 여름 최고 기온은 2018년 39.6℃로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도 체감온도 35℃ 이상인 날이 열흘 넘게 지속되며 전국 대부분에 폭염경보가 내려져 ‘유독 뜨거웠던 그해 여름’으로 기억에 남게 됐다. 전 세계도 폭염과 싸우고 있다. 50℃ 를 넘는 폭염에 이란 정부는 지난 2일과 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다소 불편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폭염은 사실 엄청난 재난이다. 한 해 동안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는 태풍과 호우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 2018년 7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갇혀 있다 숨진 4살 아이와 2023년 6월 무더위 속 마트 카트를 끌며 하루 4만 보를 걸었다는 청년의 죽음과 같은 비극도 폭염의 기록 한편에 남았다. 하루도 밭일을 쉴 수 없는 어르신, 폭염에도 멈추지 못하는 산업현장과 열악한 쪽방촌 등 재난은 언제나 힘없는 이들에게 가장 잔인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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