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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냥 쉬는 청년, ‘은둔형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김지수(경남경총 수석전문위원)

  • 기사입력 : 2023-07-11 19: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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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잇따라 나온 이웃 나라 일본의 비극적인 뉴스에 마음이 쓰인다. 80대 부모와 50대 자녀가 한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1990년대 한때 직장생활을 했던 자녀는 3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지냈다. 유일한 의지였던 고령의 부모 죽음 이후 함께 생의 끈을 놓아버리는 ‘동시 고립사’, 중년의 히키코모리가 최근 일본 사회의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장기화가 초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려 8050문제는 이미 9060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90대의 부모가 60대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결국 생애 전체를 가로지르는 비극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양한 요인으로 취업, 취학 등의 사회활동을 회피하고, 6개월 이상 집에서 머무르는 상태’라고 정의하는데, 약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1990년대 중반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청년층의 취업빙하기가 20여 년간 지속된 결과, 20대 청년이 40대 중년이 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청년들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사회의 활력마저 잃었다. 청년층에서 시작됐지만, ‘잃어버린 30년’과 함께 경제활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 든 자녀’는 80대 부모의 부양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취업 통계 자료에는 고령자 취업이 청년층 취업률을 넘어서고 있다. 해마다 고령 취업자는 수십만 명씩 느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줄어들고, 취업을 유예하면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취업 포기 청년층이 사상 최대 규모를 보인다. 우리 사회의 활력이 저하되고 건강성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치솟은 사회적 비용은 상당수 청년층이 부모와 함께 살면서 생애 과업인 독립, 소득 활동과 결혼, 출산을 고민하게 한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각종 청년 정책이 나오지만 정작 청년 문제의 근원에 닿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험을 거울삼아, 움츠린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소한 경험이라도 긍정적인 경력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야 할 때다.

    김지수(경남경총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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