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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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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 이상목(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7-10 1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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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헌법재판소는 ‘간통죄’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했다. 위헌 결정 전 불륜은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에 위로 차원에서 또는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인지상정의 불문율에 따라 위자료가 3000만원에 머물렀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도 우리는 물가 상승에 대한 반영도 없이 변함없는 그 정도 금액으로 가정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로를 강요받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굳이 피눈물로 갚을 필요는 없고, 돈으로 갚으면 된다. 미국의 경우 불륜으로 인한 이혼 시 재산분할 외에, 위자료로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형태로 판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는 법체계가 다르나 미국의 상간 불법행위에 관한 위자료 판결은 참작할 만하다. 위자료의 액수가 증가할 경우 단번에 마련하기 쉽지 않은 점과 헤어지게 되는 배우자에 대한 부양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매월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는 판결이 도입되면 긍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의뢰인이 바람난 자신의 배우자로부터 “위자료 3000만원으로 우리 관계는 끝이니깐, 네가 적당히 변호사 사서 이혼 소장을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애인 집으로 보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배신감과 분노에 차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이혼 소송은 당연할뿐더러 SNS나 직장 등에 망신을 주고 싶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냐고 물어본다. 그럼 쓸데없이 법리적으로 밝은 변호사는 형사적으로 책임을 지실 수 있으니, 이혼소송만 진행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차갑게 대답한다. 공금융이 막히면 사금융이 흥하고, 법이 약하면 사적 보복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단돈 몇 푼에 간통 행위에 대한 정신적 위로를 강요받게 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알박기 텐트를 찢던 닌자처럼 사적 집행을 하려 할 수도 있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하는 위자료 판결로 인해 유발되는 분노, 혼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또 누구의 책임인가? 이러한 사적 집행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한 법적 분쟁의 증가는 행동대장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로서는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상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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