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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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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오늘도 그냥 쉽니다”- 김지수(경남경총 수석전문위원)

  • 기사입력 : 2023-07-04 19: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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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진행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훌쩍 넘어가지만, 사회 경험이 없음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지원자에게선 “그냥 쉬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고, 급하게 취직해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다는 이유였다.

    최근 약 50만명의 청년이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유 없이 쉬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을 포함해서 ‘그냥 쉬었다’고 답을 하는 비경제활동 인구 비중이 15%를 넘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청년 ‘쉬었음’ 인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노동시장은 젊고 활기찬 신규인력의 유입을 희망하지만, 오늘날의 청년이 기대하는 일자리와는 격차가 큰 것이 ‘그냥 쉬었음’ 청년 인구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쉬었음’ 상태가 2년이 넘어가면 본인의 근로 의욕은 줄어들고 실업에 대한 낙인 효과로 실직 상태는 더욱 장기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구직활동을 단념했다는 것은 곧 고용시장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부모 세대보다 학력 수준이 높고 개인적인 역량이 높아진 만큼 일자리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더 좋은 일자리를 찾지만, 그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의 수는 희박하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노동시장과 달리 청년층도 적합한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평균을 크게 웃돌지만, 고학력 니트족 비중 역시 매우 높다. 이제는 인적 자원을 성장시키는 것 이상으로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 현장직 채용에 수만 명이 지원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일자리의 속성과 직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근로 환경 개선과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가 지원된다면 좋은 일자리로 인식될 수도 있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근로 환경을 제공하고, 일하는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수(경남경총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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