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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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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상목(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7-03 19: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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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5년 개봉 홍상수 감독 김민희 주연의 영화이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들은 이때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이후 이혼소송이 진행되었으나 결국 2019년 기각판결이 났으며, 홍 감독은 항소하지 않은 채 안타깝게 혼인은 유지됐다. 이처럼 불륜, 상간의 경우 간통죄가 폐지됨에 따라 이혼소송, 상간불법행위손해배상소송의 이슈만 남게 됐다.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된 것이다. 왜 법원은 이미 깨져 버린 혼인관계를 해소하겠다는데 굳이 이혼을 허락해주는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나라는 간통 등으로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하면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했지만 이제 우리 관계는 돌이킬 수 없으니 혼인 관계를 끝내자고 이혼 소장을 날리면 ‘방귀 뀐 놈은 성내지 말라’고 법원은 단호하게 이혼소송을 기각한다.

    초기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현실로 인해 성공한 남성의 배은망덕한 축출 이혼을 방지하려고 유책주의를 취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성별 상관 없이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선량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유책주의를 원칙적으로 파탄주의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책주의로 축출 이혼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든, 파탄주의로 축출 이혼을 인정하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할 때에는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현실성 있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간통, 상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위자료는 3000만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국민차로 불리는 아반떼도 각종비용을 포함하면 3000만원인데 내가 공들인 가정이 산산 조각났는데, 소중한 결혼생활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 때문에 박살이 났는데 국민차 한 대 값도 못 되다니, 이미 지출한 변호사 비용과 재판의 진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포함되었는데도 말이다.

    이상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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