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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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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대가족의 의미- 김기영(창원시정연구원)

  • 기사입력 : 2023-06-29 19: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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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처할머니의 장례(葬禮)가 있었다.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손자와 손녀, 또 그들이 이룬 가족들까지 30여 명이 창원 모처의 장례식장에 모였다. 장례식장은 북적였다.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어른들은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은 철없이 웃으며 뛰어다녔다. 이렇듯 처할머니는 대가족을 이루고 떠나셨다. 장례가 모두 끝나고 우리 가족은 또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뜬금없이 하나뿐인 내 자식이 홀로 나와 아내의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상상한다. 묘한 기분이다. 물론 미래의 장례문화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장례뿐만이 아닐 것이다. 혼자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많은 상황이 닥칠 것이다.

    오늘날의 가족 단위는 핵가족이 주류이다. 주로 아파트에서 부모와 자식의 3~4인 가족이 산다. 부모와 자식 모두가 자신의 일상에서 바쁘다. 부모는 직장을 다니고 가사를 돌본다. 자식은 학교(어린이집, 유치원 포함)와 학원을 쉼 없이 오간다. 주말에야 시간을 내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긴다. 자식이 성장하면 부모와 자식의 일상은 또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동네라는 공간에서 꼭 혈연과 친족관계가 아니더라도 그들 나름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생활했다. 옆집 철수네, 영희네의 사정(事情)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다. 대가족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아파트 주거 형태가 일반화되어 공간의 특성상 이웃과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

    가정 폭력, 가족 해체, 독신 증가 등 가족과 연결되는 사회적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가족이라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가질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한 감정적인 지지와 유대감, 그들만의 가치 전달과 문화 유지, 상호 돌봄과 지원 등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힘든 시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대가족 구성원이라는 것이 새삼 듬직하다고 느껴본다. 이런 생각에 돌아가신 처할머니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본다. 그리고 그립다.

    김기영(창원시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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