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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학교금융교육, 금융 윤리·가치 문제에 더 비중둬야-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 학장)

  • 기사입력 : 2023-05-01 19: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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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교적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돈에 대한 교육’이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돈은 나중에 어른 되어서 알아도 돼”라면서 ‘돈’과 ‘돈을 버는 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교육을 애써 피하려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부모와 학생들의 의식은 많이 달라졌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하는 대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자식들에게 경제나 금융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시키는 젊은 부모들의 모습이 크게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소득을 어떻게 얻고 지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나아가 벌어 들인 소득을 어떻게 늘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 활동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자산을 전(全) 생애에 걸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초·중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이 새롭게 도입된 것은 2009년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금융에 대한 교육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교육은 금융기관 등의 금융제도나 간단한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단편적인 것이었다.

    특별히 이 시기에 금융교육이 중등학교 경제교육에서 강조되기 시작한 주요한 경제적 배경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계기는 기존의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경제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경제 생활 경험에 와 닿는 좀 더 생동감 있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육적 자성(自省)이었다고 생각된다. 요컨대 금융교육은 금융이 잘못되면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실제적인 경험 때문에 다시 한번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지만, 동시에 ‘돈 벌기’와 ‘돈 늘리기’, 보험이나 연금과 같은 실제적인 경제 생활의 주제를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는 교육적 기대에서 재조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새로운 관점과 기대를 안고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금융교육의 주된 내용은 무엇일까? 먼저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우리는 일생동안 어떠한 경제생활을 할까?’, ‘금융생활 어떻게 해야 할까?’ 등 경제생활의 일부분인 금융생활의 의미와 방법을 다루고 있다. 모든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통합사회 과목에서는 ‘금융자산과 자산관리’, ‘생애주기별 금융생활 설계’ 등 본격적으로 생애 주기에 따른 개인의 자산 관리의 측면에서 금융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경제에서는 ‘금융과 금융생활’, ‘자산부채 관리와 금융상품’, ‘금융생활의 목표와 재무관리’라는 주제로 좀더 체계적인 개인 자산관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은 경제교육의 일부로서 다루어지면서 기존의 경제교육에 학생들의 금융 관련 경제 ‘생활’과 ‘경험’을 접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된 금융교육의 내용이 학생들의 경제생활의 경험과 흥미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 다른 금융 ‘지식’을 단순히 더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금융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담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교육적 활동이 배우는 사람들의 행동을 의미있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식 못지않게 관련한 가치와 태도에 대해서도 같은 정도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 생활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문제와 그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면 금융 교육은 더욱더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학교금융교육은 지금보다 더 금융 윤리나 가치 혹은 금융 도덕성의 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금융문제는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관련된 가치와 윤리에 대한 고려 없이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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