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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 이제는 벗어던지자- 이우완(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23-04-18 19: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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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해외 입양인 한 분이 열다섯 살 아들과 함께 의원실로 찾아왔다. 한 살 때 진해에서 발견되어 보육원에서 자라다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스위스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엄마의 친생부모를 찾아주고 싶다는 아들의 끈질긴 권유에 용기를 얻어 모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시청 담당 부서를 통해 당시 보육원 기록 등 그녀의 출생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보았으나, 발견 당시의 경찰서 기록이 전부일 뿐이었다. 애초에 기록이 남아있지 않거나 훼손 또는 조작된 기록 등으로 뿌리 찾기에 나선 해외 입양인 중 친생부모와 상봉에 성공하는 사례는 5.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 모자의 순탄치 않을 모국에서의 여정이 눈에 밟힌다.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은 한국전쟁 직후였던 1953년부터 시작되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쟁고아를 감당할 수 없어 해외로 보내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17만여 명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나라다.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를 제외하면 세계 제1의 아동 수출국이라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최저 출생률로 인구 절벽을 우려하고 있는 나라와, 자기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를 해외로 가장 많이 입양 보내는 나라가 같은 국가라는 사실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70년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려면 지금 당장 해외 입양을 선택지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 한다. 민간 입양기관으로서는 국내 입양보다 최대 10배나 많은 해외 입양 수수료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국내 입양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최후의 수단으로 해외 입양이 행해졌다기보다는 국내 입양과 대등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행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입양 관련 업무를 민간기관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미혼모 지원과 원가정 보호로 입양 대상 아동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 국내 입양만을 선택지에 두고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우완(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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