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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백남준과 스마트폰- 남중희(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3-04-13 1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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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출근하면서 습관처럼 휴대폰을 열려고 하는데 폰이 열리지 않는다. Z자를 그리면 어김없이 열렸던 휴대폰이다. 지문을 댔더니 72시간 경과 시 패턴만 된다고 해서 급한 김에 패턴을 여러 번 넣었더니 결국 로크에 걸려 휴대폰을 갈아엎고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는 중이다. 이미 휴대폰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휴대폰이 없으면 친구와의 통화도 세상과의 소통도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은 누구 아이디어일까? 흔히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지만 “No 백남준 아이디어다”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 국립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핸 하르트 말이다. 1988년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일할 때 ‘다다익선’을 제작하면서 백남준씨와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정보공유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 특히 빠르고 쉽게 전 지구촌을 연결하는 위성 네트워킹을 선호했고, 그의 많은 작품에도 담겼다.

    초기 작품인 ‘달은 인류 최초 TV였다’에서 인류 최초의 정보 공유수단은 달이라고 했고 그는 유명해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태고적 동북아는 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날들이 3개월 이상 지속된 적이 있었고 이 땅에 살던 인류는 달을 보며 정보를 얻게 되는데 예컨대 “달무리가 서면 내일 비가 오겠구나” “초승달이 뜨면 곧 그믐이 되겠구나” 등 달이 TV였다는 것이다.

    백남준의 비범성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전자초고속도로’에 잘 나타난다. 이 작품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보다 더 구체적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마치 지금의 고속 랜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듯 유무선 통신망에 결정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는 고대의 정보와 물자가 신라 경주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이동하는 실크로드가 암시하듯 오래된 캐딜락에 빨간 글씨로 ‘전자초고속도로’라 써 붙인 작품인데 1993년 대전 엑스포에도 전시된 바 있다. 30년이 지나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국이 된 것도 백남준과 같은 DNA였을까? 그가 말한 것처럼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지 않고도 세계를 지배하는 ‘탈영토제국주의’에서 IT 선두 주자인 한국이 인류 문명사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강국이 될 거라고 한 예언이 실현될 날을 기대해 본다.

    남중희(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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