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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후 월급 370만원의 유감- 남중희(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3-04-11 1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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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는 ‘남자 40살 월급’이라는 제목에 ‘소개받은 남자 월급이 세후 370만원이었다’며 ‘남자가 이거 가지고 여자 만나러 나왔다(이해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댓글에 ‘보통이다’, ‘생산직이면 중하위다’, ‘그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 ‘결혼은 현실인가 보다. 의욕이 꺾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직장인 월평균 소득이 333만원이다. 위 논쟁에서 세후 수령액 370만원을 연봉으로 환산한다면 약 5300만원으로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논쟁이 생긴 것일까? 그 원인은 대(공)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 400명을 뽑는데 18만명이 몰려 45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H사 경우 2022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00만원이고, 2021년에 비해 무려 9% 올랐다고 한다. 또한 3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내며 요금 29.5% 올린 한전과 가스비 36.2%를 올린 가스공사 이 두 공기업조차도 직원 5000여 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4대 은행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하고, 2022년 기준 연봉 1억원을 넘는 대기업 수가 35곳에 이른다고 한다.

    ‘내돈 내산’같은 냉소적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익이 많이 나서 많이 준다는데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엄혹한 현실 앞에서 마른 수건을 다시 짜듯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중소기업들은 살아남은 것 자체가 행운이다. 동일 업종에서 사실상 같은 일을 하지만 협력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그들로부터 납품받아 이익이 났다고 해서 이 와중에 연봉 올리는 것이 과연 공정일까? 하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단가 후려치고 옥죄어 온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이익 앞에서는 업주도 노조도 결국 다 한편이다. 최근에는 동반 성장이라는 말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젊은 층일수록 월급에 민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말한다. 적게 받아 알뜰하게 모으는 것이 미덕이라지만 가령 적은 월급 100만원을 받아 99% 절약해봤자 1000만원에서 10% 절약하는 사람 이길 수 없다고 항변한다. 맞긴 맞는 말인데 왠지 씁쓸하다.

    남중희(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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