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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스즈메의 문단속, 정서적 구조와 집합기억-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4-10 19: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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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는 당대 사회의 변화와 대중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다. 문화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지속하는데, 대중문화는 대중들이 욕망하는 것, 혹은 대중들의 집단적 정서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감응을 만들어내며 또 다른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서두에서 대중문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간 것은, 현재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감성적인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감독이 그려내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게 되고 그 자연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카이 마코토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아라키 테츠 감독의 ‘버블’ 또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그 안에서의 인간 군상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그 재해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적극적으로 소환하면서 당시의 정서의 구조, 상실감과 고통을 소환하고 이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방식으로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주인공인 ‘스즈메’는 쓰나미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이모와 함께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스즈메는 겉으로는 매우 활기차 보이지만, 어머니를 잃은 뒤 그 상실감으로 여전히 당시의 기억을 마주하기 어려워한다. 이러한 스즈메의 상태는 실제로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보편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발생한 집단적인 정서 또한 대변하는 인물로 상징된다. 무엇보다 이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기억과 정서를 현재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 어떤 특정 기억이 선택되어 현재에 재 서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시대적 트라우마로 남은 자연재해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보는 국내 관객들이 이를 현재의 인류의 보편적 감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기본적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즈메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도쿄로 가는 동안 스쳐 가는 장소들이 자연재해로 인해 기억과 사람들을 잃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소멸로 인하여 현실의 삶이 지워진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았던 장소를 떠나 지속적으로 도시로 이동하고, 그렇게 빈 공간은 삶이 사라진 곳이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았던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스즈메와 소타의 기원은 그들의 죽음과 삶 모두를 그곳으로 다시 채우는 혹은 불러들이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동시에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그려지는 정상 가족 해체에 대한 지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스즈메는 원래부터 아버지의 자리가 빈 상태이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것이 1인 가구였던 이모에게로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어머니의 자리로 이모가 대체되며 아버지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봉합되어 버린 것은 소타가 결과적으로 한쪽 다리가 사라진 의자로 변하게 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삶과 장소는 늘 죽음과 빈 공간을 함께 경유한다. 무엇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양면으로 존재하는 삶과 장소를 직시하고 이를 애정으로 채워나가는 주인공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데 그 미덕이 있다. “죽음이 늘 가까이 있으나 적어도 오늘만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외치는 소타의 신에 대한 경배는 인간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민지(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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