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서로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갑자기 긴장을 풀게 된다. 그리고 서로 고양이에 대한 일화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을 유쾌하게 그려낸 문장이다. 자식 자랑처럼, 자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배기는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고양이를 받들어모신다는 뜻에서 붙여짐)들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좋은 건 크게 나눠야 하는 법, 각자의 고양이 가족들을 소개할 수 있는 판을 벌였다. 집사들이 애태우며 찍은 사진들과 사랑을 담아 눌러 쓴 글을 보고 다시금 깨달았다.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다’고….
류대훈씨 고양이 ‘아이’.1. 류대훈(36·김해시 장유 부곡동·집사 10년차)
·이름: 아이
·나이: 8개월 추정
·묘종: 코리안 숏헤어
·특기: 집사 관심 끌기
·취미: 캣휠 타기
·집사의 한마디:
그냥 깨달음을 얻게 해준 존재. 아이야, 생명이라는 건 소중하고 공평하고, 생물의 크기 상관없이 숨을 쉬고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모두 다 건강하게 지내자.
[류대훈씨 인터뷰] “길고양이 18마리, 자식 같아 보낼 수 없었죠”
Q.18마리를 키우게 된 이유는?
-10년 전인 2012년 12월, 아파트 1층에 사는데 매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서 밥을 주다 키우게 됐다. 한 마리를 키우다보니 계속 주변 고양이들의 상태에 관심이 갔고, 밥을 챙겨주다 보니 유기묘나 생사 기로에 놓인 고양이들을 구조하면서 늘어났다.
Q.고양이를 키우는 데 어려운 점은?
-어머니도, 저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마릿수가 늘어나니 금전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사룟값도 많이 들고, 아이들이 아프거나 하면 병원을 가야하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18마리 털을 청소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밤에 아이들이 놀거나 싸우다 보니 잠을 자기가 어려워 가끔 수면 장애도 겪는다.
Q.구조 후 분양할 수도 있었을 텐데.
-18마리 전부 유기묘, 길고양이를 키우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많이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눈앞에 도움이 없으면 소리없이 사라질 생명이어서, 생명의 가치 때문에 구조했다. 구조한 아이들이 대부분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어서 3~4시간 간격으로 젖을 먹이고, 대소변을 닦이고 해야 하는데 누가 당장 맡고 싶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성을 다해 돌봐 생사 고비를 넘기면 정이 들고 내 자식처럼 느껴지니 보낼 수가 없었다.
정다성씨 고양이 ‘도도’
정다성씨 고양이 ‘도도’
정다성씨 고양이 ‘다다’
정다성씨 고양이 ‘다다’2. 정다성(30·창원시 마산·집사 1년차)
·이름: 다다·도도
·나이: 13개월·12개월
·묘종: 다다 (먼치킨), 도도 (코숏)
·특기: 머리 박치기, 날아 다니기
·취미: 사람처럼 누워있기
·집사의 한마디:
집에서 나와 같이 쉬는 다다, 도도야. 지금처럼 사고쳐도 괜찮으니까 아무거나 먹지 말고 아프지 말고 간식은 매일 줄 수 없으니까 울지 말고. 귀여울 때마다 간식줄게.
박한나씨 고양이 ‘설탕이’
박한나씨 고양이 ‘설탕이’
박한나씨 고양이 ‘설탕이’
박한나씨 고양이 ‘설탕이’3. 박한나(35·진주시·집사 11년차)
·이름: 설탕이
·나이: 7-8살(추정)
·묘종: 터키시 앙고라
·특기: 흡연자 골라내기 (니코틴 냄새가 배여있는 손가락을 곧바로 찾아내어 몸을 비빔. 유기묘를 입양했는데 이전 주인이 흡연자였던것 같음)
·취미: 집사가 마사지할 때 와서 같이 마사지건 하기(아주 살짝 가져다 댐)
·집사의 한마디:
집사 임신기간 동안 네가 좋지 않은 신장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도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깊이 잠들었다가도 내가 가는 곳 어디든 쪼르르 쫓아다녀와 지켜줘서 고마워, 내 사랑, 내 설탕이.
김선우씨 고양이 ‘수리’
김선우씨 고양이 ‘수리’
김선우씨 고양이 ‘수리’4. 김선우(30·창원시 의창구·집사 7년차)
·이름: 수리
·나이: 9살
·묘종: 스코티쉬 폴드
·특기: 잠자기
·취미: 사람 등산
·집사의 한마디 :
가족같은 수리. 말썽 안부리고 무럭무럭 대형 고양이로 자라줘서 고마워. 올해는 수리와 집사 모두 건강하자!
오수지씨 고양이 ‘오레오’
오수지씨 고양이 ‘오레오’5. 오수지(31·진주시 평거동·집사 8년차)
·이름: 오레오(별명 : 애오띠)
·나이: 1살 (2남1녀 중 막내)
·묘종: 코리안 숏헤어 고등어태비
·특기: 오밤중에 분노의 캣휠 타기
·취미: 본인 털로 만든 털공 가지고 놀기
·집사의한마디:
어느날 문득 보니 제가 고양이를 모시는 게 아닌, 고양이가 저를 돌보고 있더라고요. 힘들 때 항상 옆에서 지켜봐주는 애옹이들 고맙고 사랑한다. 아픈 곳 없이 항상 잘 먹고 잘 싸고 건강하고 활기찬 묘생 되자옹!
이민정씨 고양이 ‘비앙카’
이민정씨 고양이 ‘비앙카’
이민정씨 고양이 ‘비앙카’6. 이민정(27·창원시 마산회원구·집사 7년차)
·이름: 비앙카
·나이: 7세(만 6세)
·묘종: 페르시안 친칠라
·특기: 숨어 있는 집사 찾아내기
·취미: 거북이 구경, 낮잠
·집사의 한마디 :
사랑하는 내 고양이 비앙카, 처음 너를 데리고 왔을 때 매번 숨고 도망 다녀서 친해질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의 너는 나한테 숨 쉬듯이 당연한 소중한 일상이고 나의 행복이야. 너의 초록색 눈을 보면서 하얀 털을 쓰다듬으면 하루의 피로가 녹는단다. 너의 존재 만으로도 고마운데 항상 나에게 조건없이 사랑을 나눠줘서 고마워. 올해도 건강하게 같이 사랑하자♡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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