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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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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트렌드] 키워드로 보는 ‘2023 트렌드’

공구하고 취향 파고 페친 맺고

  • 기사입력 : 2023-01-05 2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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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가 됐지만 희망보다는 암울한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여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운 시기에 맞닥뜨렸다.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지 않으려면 시대를 읽는 눈이 필수다. 2023년 트렌드를 다룬 책과 리포트를 토대로 올해를 관통할 키워드를 추려봤다.


    ◇플렉스 가고 전략적 소비 대세= 지난해 플렉스를 외치던 소비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씀씀이를 줄이며 현명한 소비 성향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른바 현대판 보릿고개 속에서 과소비는 지양하고 내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체리슈머’가 떠오른다.

    체리슈머는 실속형 소비자를 의미한다. 케이크에 올려진 달콤한 체리만 속속 골라 먹듯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에 ‘소비자(Consumer)’를 더한 합성어다. 체리슈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정보를 총동원해 알뜰하게 소비한다는 의미다. 체리피커가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체리슈머는 여기서 진일보해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소비 디톡스’도 있다.

    이들은 식료품을 지인과 나눠 구매하거나 생필품을 공동구매하는 등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 노력한다.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가족끼리 멤버십 포인트를 선물하거나 저렴한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쇼핑몰의 소식을 공유하는 등 노하우를 나누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취향이 곧 소비= 한 분야를 파는 ‘디깅’의 시대가 도래했다.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디그(dig)’에서 파생한 것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다양한 분야를 얕게 경험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분야, 나의 취향이 곧 트렌드가 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더라도 와인, 위스키, 샴페인, 전통주 등 좋아하는 종류의 역사와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운동, 요리, 독서 등 깊게 파는 분야도 다양하다. 직장인 최은진(34)씨는 “최근 와인에 빠져들게 됐는데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나라별, 연도별로 나눠 공부하면서 즐기니 재미가 더욱 크다. 다른 소비를 줄이고 와인 구매에 돈을 더 지출하고 있지만 아깝다는 생각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모 아니면 도’= 어딜 가도 중간만 하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올핸 이 말이 ‘평균’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코리아 2023’ 저자들은 이 현상을 ‘평균 실종’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단어를 올해 첫째 키워드로 내세웠다. 소득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과 분열에 따른 단극화가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일부는 이자 소득이 늘고, 일부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사람들의 취향마저 다 달라져 평균을 내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한 전략을 구사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도 여기에 발맞춰 N명의 소비자의 N개의 취향을 맞춰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켜주는 N극화 ‘맞춤형’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오프라인 다시 각광=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됐다. 공간은 삶의 근본 토대이자 터전이다. 실재하는 공간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교수는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명명했다.

    공간력은 먼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과 가상의 공간과 연계돼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오프라인의 부활이 눈에 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 흐름에 따라 실제 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오프라인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가 컸지만 제 아무리 정교하게 꾸민 가상공간이라도 실제를 이길 수는 없어 보인다. 경험이라는 욕구가 오프라인 공간의 핵심이다.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를 갖춘 공간력이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는다. 이를 증명하듯 실제로 팝업스토어나 이색적인 재미를 더한 카페, 식당 등은 찾는 이들이 많아 줄을 선다.

    단순히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스토리를 담고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색인화= 친하냐 안 친하냐로 나뉘던 인간관계가 다소 복잡해졌다. 인덱스로 분류하고 정리하듯 인간관계를 맺는 현상이 도드라진다. 특히 SNS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관계의 범위가 넓어진 영향이다. 사람을 만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관계를 정리하는 MZ세대만의 방법이 ‘인덱스 관계’라는 용어로 정리된 것이다.

    만들기, 분류하기, 관리하기 등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친함’의 정도에 따라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MZ세대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에게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친한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의 DM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차이는 목적에 있다. 친한 친구들과는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친구의 게시물을 보고 연락하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다.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역시 인덱스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지정한 친구에 한해 각기 다른 프로필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나의 사생활을 노출하기 싫은 직장 동료에게는 일반 프로필을, 절친들에게는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멀티프로필에 보여주는 식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언제나 확인 가능한 피드와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는 ‘스토리’는 내가 친한친구로 분류해놓은 이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인덱스 관계’가 일반화돼 직장생활은 물론, 경제 트렌드, 소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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