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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여기 어때] 창원 마산합포구 추산동 문화공간

꼬불꼬불… 가고파,예향
조각조각… 보고파, 예술

  • 기사입력 : 2022-12-22 21: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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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곳, 바로 예향이다. 창원은 통영 못지않은 예향의 도시다. 고향의 봄 작가 이원수,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을 비롯해 정진업·김달진·이선관·천상병 시인, 문신·김종영 조각가, 조두남·이일래 작곡자, 천경자·현재호 화가 등 걸출한 문학·예술인들을 유수히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마산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산합포구 추산동 일대는 하나의 문화 공간이다. 세계적인 조각가인 문신 선생의 작품을 모아 놓은 ‘문신미술관’과 함께 마산 개항 100주년 사업으로 개관한 ‘창원시립마산박물관’, 통영의 동피랑과 닮은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이 추산근린공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문화 향기를 맡으면서 지난 시절 시간과 교차하는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찾은 한 시민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찾은 한 시민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지역 문화유산 한데 모은 박물관

    무학산 아래 창원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를 잇는 산복도로에서 성호동 방면 추산근린공원으로 향하면 주차공간이 마련된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사라져가는 창원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집, 보관, 전시, 교육하는 문화공간이다.

    역사적 사건과 다양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도자기와 보석, 골각패갑 등 2609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마산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지난 2009년 12월 개관했다. 전시공간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야외전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양한 전시와 함께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1층에는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시가 열리는 기획전시실과 어린이를 위한 역사북카페가 있고, 2층에는 상설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창원지역 공룡발자국 모형부터 마산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 창원지역 시기별 항쟁 모습이 담긴 유물 및 자료, 창원의 문화유산과 다양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씨름의 고장인 만큼 이만기 선수의 씨름 장면과 조선후기 전국 13대 장시 중 ‘마산장’의 옛 모습도 볼 수 있다. 2층 공간 한쪽에는 유아들의 놀이터인 보물을 탐험하는 어린이체험실도 마련돼 있다.

    박물관 건물 밖의 야외 전시장은 마치 유물을 품은 공원처럼 멋스럽다. 야외 전시된 몽고정 맷돌(고려시대 여몽연합군 주둔 시 군량미를 도정한 맷돌 추정)과 최치원의 월영대, 마산과 월영대를 노래한 고려·조선시대 대학자 13인의 시를 새긴 13인의 시비, 장승과 솟대 등은 곳곳에 조성된 나무들과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무료다. 다만,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은 휴관이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작품을 모아 놓은 ‘문신미술관’. 이곳에는 총 3900여점의 작품과 자료가 소장돼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작품을 모아 놓은 ‘문신미술관’. 이곳에는 총 3900여점의 작품과 자료가 소장돼 있다.

    ◇바닥부터 나무까지 하나의 작품인 문신미술관

    문신미술관은 창원시립마산박물관과 나란히 있다. 미술관은 시메트리(좌우대칭) 추상조각가로 유명한 문신(1923~1995) 선생의 예술혼이 담겨 있다.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던 문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산으로 돌아와 14년에 걸쳐 직접 건립한 공간이다.

    1994년 개관한 문신미술관은 설계 밑그림부터 야외 바닥 대리석 하나하나, 연못, 분수, 나무, 계단까지도 문신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는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다. 천신만고 끝에 문을 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듬해 문신 선생은 타개했고,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2003년 기증돼 시립미술관으로 거듭났다.

    미술관은 총 3개의 전시공간이 있다. 미술관은 정면에 보이는 1전시관과 맞은편에 있는 2전시관, 그리고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원형미술관으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 안 1전시관에는 해조(海鳥)를 비롯한 작품들이, 2층에는 조형 작업의 원천이 된 드로잉 작품들이 자리해 있다.

    실내 전시관들은 남북으로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됐고, 야외전시장은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디자인됐다. 원형미술관에는 문신 선생의 독창적인 백색 석고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문신의 조각은 좌우대칭의 추상 조각으로, 기하학적인 형태임에도 자연스러운 형상을 보여준다. 간결하면서도 풍만한 선, 다양한 재질로 우주의 생명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로 풀어내고 있다. 미술관에는 조각과 유화, 채화, 드로잉, 유품 등 총 3900여점의 작품과 자료가 소장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올해 문신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관람료는 12월 31일까지 무료다. 내년부터 관람료는 청소년 200원, 어른(25~64세)은 500원이며, 18세 미만 자녀동반 가족 관람객은 무료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입구에 한 시민이 걷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입구에 한 시민이 걷고 있다.

    ◇통영 동피랑과 닮은 마산 꼬부랑 벽화마을

    문신미술관에서 신추산아파트 방면으로 200m가량 지나면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벽화마을은 가고파고향 마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2013년 경남은행이 안전난간을 조성하고, 협소한 골목길을 정비했으며, 경남미술협회 소속 미술작가 32명이 담벼락과 좁은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벽화를 그렸다.

    벽면에는 꼬부랑 할머니 노래 벽화를 비롯해 동화책 속 그림을 액자 형식으로 표현한 벽화, 우리 할머니는 못말려와 우리 할아버지 벽화, 동화책 연탄집에 나오는 글귀와 그림, 행복버스와 동물 벽화, 날개 벽화, 물고기가 용이 되기 전 하늘을 향해 점프하는 모습인 어룡도가 그려져 있다.

    수채화 색감의 벽화들이 감성을 더하는 이 마을에는 1920년 이전에 형성된 백년 우물도 자리해 마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성호초등학교 방면으로 내려가는 벽면에도 다양한 벽화를 만날 수 있으며, 옛날 달동네 시절 엄마와 아이들이 힘겹게 연탄 수레를 끌고 올라가는 조형물도 조성돼 옛 추억을 더한다. 벽화가 조성된 지 오래돼 빛이 바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마산만의 풍경은 서정적인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주민이 골목을 걷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주민이 골목을 걷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찾은 한 시민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걷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찾은 한 시민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걷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의 백년 우물.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의 백년 우물.

    덧붙여 운동 겸 걷기를 좋아한다면 창원시립마산박물관과 문신미술관 사이 길을 통해 추산근린공원 내 경상남도 기념물 제88호인 회원현성지를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회원현성은 무학산 남쪽 기슭의 낮은 야산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으로 조선전기에 축조됐다. 추산근린공원 정상에는 회원현성지 망루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확 트인 마산 전경과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산 앞바다의 절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문신미술관 옆 오솔길을 통해서는 성덕암을 만날 수 있다. 망루 아래에 있는 성덕암은 1933년 창건된 절로, 전통사찰 제68호로 지정돼 있다.

    글= 김정민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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