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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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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간은 흘리는 존재-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7-31 20: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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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대학들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집회를 이어왔다. 정치영역에서 워낙 이슈들이 자극적이고 놀랄만한 것들이 많아서 그들이 결의대회를 해도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학습권을 주장하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짝 관심을 받은 적은 있다. 시급을 400원 올려달라, 샤워실을 만들어 달라해도 묵묵부답이라 청소 노동자들은 넉 달째 집회를 이어왔다 했고, 학생들은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을 달라는 소송을 했다고 했다. 그 후 다시 청소 노동자들의 집회는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아직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익 갈등으로 논란이 되는 것들은 흥정, 협상을 통해서 시간이 지나면 보통 합의를 이끌어내고 마무리된다. 7월 28일에 올해 청소 노동자 시급을 4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샤워실 설치, 휴게시설 개선은 미완으로 남았으나 계속 논의를 해나가기로 했다니 해결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던 민사소송도 을과 을의 대결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기고 마무리될 것이다.

    민간부분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결의대회 기사를 보면서 청소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은 흘리는 존재’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은 공항에서 청소를 해보면 실감난다고 한다. 국적, 인종,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나 무엇인가를 흘리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이 공항에서 청소라고 한다. 비단 공항만 그럴까. 길거리에서 청소하는 분도, 대학 캠퍼스에서 청소하는 분도 같이 말할 것이다. 청소는 쉬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청소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흘리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 그렇듯이 줍는 데도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줄로 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줍는 데는 몇 배의 칼로리가 더 소모되고 힘이 든다. 청소하는 과정은 줍는 데만 있지 않다. 줍고, 쓸고, 모으고, 담고, 들고, 옮기고, 비우고, 닦고, 말리고, 가지런하게 하고, 해도 해도 다음 일이 기다리고 순환된다. 이러한 노고를 예사롭게 여기는 이유는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청소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자신은 청소하는 데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선옥의 소설, ‘춥고 더운 우리 집’을 읽다가 청소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계층 차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산사에 사는 늙은 처사가 취미로 대나무 잔 가지를 모아 대빗자루를 만들어 절 손님들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주로 흐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고, 도시 사장님, 사모님들한테는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주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은 이미 많은 것을 가졌을 듯 보이는 사모님이 나한테는 왜 안 주느냐고, 기어코 달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 “이런 거 장식용으로도 너무 예쁘겠어요!” 했다는 부분이 있다. 그 사모님의 눈에는 대빗자루가 청소 도구가 아니라 장식용으로 보인 것이다. 청소 도구, 청소하는 일, 청소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는 계층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청소하는 사람들이 섭섭한 일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하는 사람들이 섭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그들의 바람대로 사람다움을 위한 제도개선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고, 청소하는 일에 대한 존중감이 더해져야 될 것이다. 경남도에는 현재 ‘공공부문 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관리규정 표준안’이 시행되고 있으니 연세대학 청소 노동자들만큼 화가 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주장처럼 땀에 젖었을 때나 냄새를 지우고 싶을 때 샤워할 수 있도록 샤워 공간을 마련해 주거나 다리를 펼 수 있도록 좁은 공간의 휴게실을 넓혀 주는 일이 존재에 대한 지지로 정서를 순화시켜 줄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도 청소를 해놓고 환해진 공간에서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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