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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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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북향의 집터

  • 기사입력 : 2010-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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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창원시의 모처에 있는 땅을 감결한 적이 있었다. 젊은 부부가 산을 바라보고 순수한 땅(지구는 엄청나게 많이 오염된 땅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에 전원주택을 지어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한 삶을 살고자 도시 외곽에 있는 땅을 계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덜컥 생겨버렸다.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시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자식, 며느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반대 이유가 관념적이면서도 막연한 걱정과 근심덩어리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자식과 며느리는 계약을 파기해야 할지, 시아버지의 엄명을 무시하고 집을 지어야 할지, 쉽게 판단을 못하고 걱정이 되어 필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아버지가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집터 주변에 산이 둘러싸여 있어서 답답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땅의 생긴 모양이나 형세를 볼 때 북향집을 지어야만 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필자는 오래전에 두 분의 스승으로부터 패철(佩鐵)을 사용하는 이기풍수와 눈으로 형세를 살피고 감별하는 형기풍수를 전수했다. 그 이후 많은 서적과 현장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땅의 형세(형기풍수)를 먼저 살펴서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이기풍수는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위의 내용과 전혀 무관한 것만은 아니다.

    첫째 반대 이유를 분석해 보면 실제 그 땅은 산환수취이용면(山環水聚而龍面·산이 돌아오고 물이 모이는 곳이 산의 앞면이다)이라 하여 거북이 등과 같은 주산(後玄武)과 내청룡, 내백호가 있고 외청룡, 외백호가 감싸주고 있어서 바람을 잘 갈무리할 수 있으므로 풍수적으로는 길(吉)하게 보며 만일 청룡, 백호 끝 부분이 혈(穴·집터)을 감싸지 않고 무정하게 간다면 터를 배신하니 좋지 않게 보지만, 이 터는 청룡, 백호의 끝 부분이 어느 정도 관쇄(關鎖)가 되어 유정하니 좋게 봄이 마땅하다.

    둘째 반대 이유인 북향집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본다면 남향집보다 햇빛이 적게 비치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연료소모량이 많아 경제성이 떨어지며 향후 매매할 때도 북향집은 남향이나 남동향집보다 가격경쟁력이 약한 것이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산을 보도록 남향집을 짓는 것은 지맥에 역행하기 때문에 결코 그렇게 지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풍수적으로 설명하면 사람이 필요로 하는 생기로서 일조량은 남향집이나 북향집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산에서 자라는 초목도 일조량의 차이는 있지만 성장 상태를 관찰한 결과 남향이든 북향이든 성장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북향집이 살기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집터 주변을 에워싸고 흘러가는 바람의 영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주택의 좌향(坐向)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인은 일조량이 아닌 바람이며 따라서 바람의 영향을 길하게 받는 좌향을 선택해야 풍수적 발복을 받을 수 있다.

    북향집의 예로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를 창건한 울산김씨의 대표적 인물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집을 들 수가 있다.

    결론을 말한다면 필자에게 터의 길흉을 의뢰한 의뢰인에게 계약한 집터가 풍수적으로는 좋지만 어른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아니므로 최선을 다해 설득을 해보고 그래도 반대하면 시기를 연장했다가 건축을 하는 것이 좋으며 북향을 꺼린다면 안산(案山)이 길한 형태인 북동향으로 향을 두면 어른의 반대도 줄일 수 있고 차후 매도 시에도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땅은 곳곳에 흩어져 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땅은 참 주인을 만나기 전에는 갯벌 속의 진주처럼 서서히 그 영롱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마침내는 그 주인의 운명(팔자)을 바꾸어 버린다.

    좋은 땅은 좋은 주인을 만나야만이 비로소 길한 기운을 내뿜어서 탈신공개천명(奪神功改天命·자연이 가진 신령한 공력을 얻어서 하늘이 내게 내려준 운명을 고쳐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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