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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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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 이야기- 김기형(경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원)

  • 기사입력 : 2024-05-01 19: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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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를 돌이켜보았을 때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이하 창원도우누리) 후원회원이 된 일이다. 2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첫째는 오랜만에 인간미가 살아있는 활동을 한 것이고, 둘째는 그동안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던 난점을 해소한 것이다.

    10년 전 8명의 조합원과 협동조합을 창업하고 3년을 운영하며 느꼈던 어려움은 난제였다. 첫째는 공동으로 소유한 기업인 협동조합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혁신해 나가는 방법의 난점, 둘째는 참여 조합원들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지 못할 때 공정하게 성과를 분배하는 방법의 난점이었다.

    조합원 공동의 소유 형태의 협동조합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혁신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생산된 이익의 공유에 있어 무임승차가 항상 문제가 되었다. 최후통첩게임에서 내시균형인 y=f(x, ‘수용’), 즉 분배하는 자가 최소의 성과를 배분해도 협력을 위한 거래는 성립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쟁의 편익보다 협력의 편익이 클 때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있지만 그 편익을 산정하는 개인의 욕망은 경제적 합리성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경험적 결론이었다.

    창원도우누리와 인연을 맺으며 3가지 놀라운 경험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창원도우누리에서 진행한 김장행사였다.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행사 후 김치와 수육을 준다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덤이었다. 3000포기를 김장해서 서비스 대상자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8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4시간 만에 완수했다. 전문적인 분업과 체계적인 공정이 이루어지며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김장이 끝났다.

    두 번째 경험은 도우누리 야유회 행사에 동반한 경험이었다.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개소식에 맞춰 진행된 일정은 단순했다. 버스를 타고 산청에 가서 행사를 참여하고 산행을 하고 저녁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조합원이면서 근로자인 참석자가 100명이 넘게 참석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노래와 춤이 있는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세 번째 경험은 창원도우누리 총회에 참석했던 경험이다. 실제 200여명의 조합원이 다 모인 총회 규모에 놀랐다. 이사장님의 절도 있는 의사진행도 인상적이었지만 조합원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행사도 있어 엄숙하지만 재미도 있는 행사였다.

    내가 참여한 창원도우누리의 행사는 체계화되고 분업화되어 있지만 일종의 축제와 같았다. 함께 어울리면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활력이 있었고, 즐겁게 먹는 행사들이 있었고, 노래가 있었고, 춤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조합원들의 진심이 녹아 있었다.

    창원도우누리와 함께 한 지난 1년 동안 깨달은 건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 열정, 즐거움, 상호 간 신뢰가 협동조합 성공의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축제와 같은 즐거운 협동조합이다. ‘협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강조보다 ‘협력하면 즐겁다’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도우누리가 준 교훈이었다.

    2013년 벤처 투자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에 빗대어 기업가치가 1조에 이르는 창업 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했다. 창원도우누리의 기업 가치가 1조는 아니다. 단, 250여명의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며 400여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매출액 100억원을 내다보며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창원도우누리는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값을 매길 수 없는 행복(happiness)이 경제적으로 산정 가능한 효용(utility)보다 낫다고 믿는다면 창원도우누리는 유니콘 기업이 맞다.

    김기형(경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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