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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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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모두가 은혜입니다

정현숙 교무 원불교 마산교당

  • 기사입력 : 2009-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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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망할 일을 감사한 일로 돌릴 수 있을까? 미운 이를 잘 애호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이 물음에 긍정적 답을 얻는다면 그리고 실천까지 한다면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평화와 행복의 이상세계가 될 것이다.

    그저 평범한 그리고 다소 소심한 한 고교 여학생이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어둑한 길, 어깨엔 무거운 책가방을, 한 손엔 빈 보온 도시락을 흔들거리며 그녀는 집을 향하고 있었다. 여느 고등학생처럼 그녀도 입시며 진로 등 그 시기에 자리하는 많은 고민거리들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녀에겐 한 가지 고민이 더 있었다. ‘세상이 좀 더 평화로울 순 없을까?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할 순 없을까?’ 그녀는 기도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도 끝에 얻은 해답은 ‘출가(出家)’였다. 그녀가 평소 다니던 종교인 원불교 성직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녀가 바로 필자이다.

    출가를 하고서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세인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 세상을 떠나도 미동도 하지 않는 세상이 어떤 한 무명인이 세상을 맑히고자 출가를 하였다 하여 변화의 기미를 보이리라 기대하는 건 큰 착각이다. 그래서 출가를 하고서도 고뇌와 사고의 방황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생각이 아님을 알았다. 실천이었다. 내가 아는 만큼 상대가 보이고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종교가 그 맥을 이어나가야 하는 까닭은 역사와 함께 전해져 오는 성현의 말씀을 세상에 널리 알려 모두의 삶을 이롭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자비는 책 속에 있지 않다. 사랑은 가슴에만 맴도는 말이 아니다. 은혜는 온 누리에 있는 것이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님은 이 세상 모두가 ‘은적 관계(恩的 關係)’에 놓여있다고 설파하였다.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한한 은혜 속에 살아간다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은혜 입은 내역을 깊이 느끼고 알아 보은(報恩)을 하고, 또한 원망할 일이 있더라도 원천적 은혜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사함으로써 그 은혜를 보답하자 한 것이다. 알고 보면, 눈을 뜨고 보면 은혜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은적 관계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그것, 그 은혜로 우리는 오늘도 살아가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원망을 해도 부족할 일이 감사가 되겠는가. 미운 이가 어떻게 곱게 보이겠는가. 하지만 어디 처음부터 쉬운 일이 하나라도 있는가.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계속 해보는 것이다. 조금 하다 안 된다 하여 그만두지 말고 될 때까지, 습관화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모든 변화 가운데 가장 어렵고도 쉬운 것이 마음의 변화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쉬이 말하듯 ‘마음만 잘 먹으면!’ 되는 것이다.

    오는 4월 28일은 원불교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이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개교한 것을 기념하는 원불교 교단의 가장 큰 경축일이다. 이번 경축 주제는 ‘모두가 은혜입니다’이다. 성자의 깨달음과 가르침을 현실에서 새롭게 하자는 의미다.

    그녀의 다짐은 아직 그대로다. 세상을 평화롭게 모두가 행복하게 하는데 미력이나마 합해보겠다고 내디딘 발걸음, 쉼 없이 앞으로 향해가고 있다.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좀 더 빠른 몸짓으로 은혜를 발견하고 보은하려 한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은혜 입은 모든 이들에게 부지런히 손을 내민다. 함께하면 행복하다….

    정현숙 교무 원불교 마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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