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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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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창원 동읍·대산면 타들어가는 農心

“40년 농사에 이런 가뭄은 처음”
비닐하우스 농가 하루 수차례 트럭으로 물 공급

  • 기사입력 : 200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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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마실 물이라도 비닐하우스에 가져다 부었으면 좋겠어요.”

    4일 오후 2시. 창원시 동읍 합산마을의 수박농가 박춘석(52)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박씨는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이웃 농가의 물을 길어다 시들어가는 수박에 물을 대고 있는 형편이다.

    박씨는 2t 크기의 물탱크에 물을 받아 오지만 가득 채운 물탱크를 다 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여분. 물이 다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또다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트럭에 몸을 싣는다. 박씨는 요즘 하루 종일 이 일만 반복하고 있다.

    “40여년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심각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 마을에는 모두 일곱 농가, 50여 동의 수박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주변 농로의 물이 바싹 마르면서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비닐하우스 바로 앞에는 깊이 1.5m, 폭 2m 크기의 500m 이상 되는 수로가 있다. 지난해까지 이 수로에 고인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 왔는데, 이미 지난 연말부터 수로가 말라 버려 지금은 마른 흙만 날리고 있다.

    수로가 다 말라 버린 것은 올해가 처음. 송명도(63)씨는 “수박을 길러내는 것은 90%가 물인데,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다 보니 수박 줄기가 자라지를 못한다”고 한탄했다.

    비닐하우스 안 말라 버린 토양 위에는 수박 줄기가 노랗게 변해 가면서 시들어 가고 있었다. 하우스 내부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줄기들이 옆으로 더 자라지만, 물이 없어 성장을 멈췄다.

    그나마 지금까지 사정은 나은 편이다. 당장 3월말쯤 수박꽃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올해 수박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수박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인근 대산면도 마찬가지이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 투입된 비용은 100여만원. 정상적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농민들은 한 동에 250여만원의 농가수익을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농민들의 반응이다.

    송씨는 “5월에 수확을 해야 특수를 누릴 수 있는데, 지금처럼 성장을 못할 경우 6~7월로 수확이 늦춰지게 된다. 그러면, 판로가 제대로 형성이 안돼 고스란히 우리 피해로 돌아온다”면서 “이것도 수확이 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고, 사실 상품이 제대로 나올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다”고 한숨 쉬었다.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

    박씨는 “이웃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그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경남도나 창원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정 등 대책을 마련해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설명]  계속되는 겨울 가뭄에 4일 창원시 동읍 산남리 합산마을 농민들이 물을 가득 채운 물탱크를 화물차에 싣고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고 있다. /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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