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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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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택시 비상등’ 켜고 1시간 도심 달려봤더니…

경찰조차 위급상황 못 알아챘다
잇따른 택시강도범죄에도 치안 구멍

  • 기사입력 : 2008-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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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기사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택시 비상등’이 ‘장식등’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급상황을 알리는 택시비상등을 켠 채 1시간 가량 창원 도심을 천천히 돌았으나, 경찰을 포함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진은 최근 도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택시강도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과 택시강도범죄의 시민의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9일 저녁 택시를 타고 ‘택시비상등’을 켠 채 경찰 및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그러나 취재결과는 참담했다.

    어둠이 도로를 뒤덮은 이날 밤 8시10분.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청 앞에서 택시를 탄 뒤 운전기사의 협조를 구해 취재에 나섰다.

    택시운전사 임모(51·창원·경력 3년)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임씨가 운전석 하단의 스위치를 올리자 택시 천장 밖에 부착된 붉은 표시등이 깜박거리면서 비상 상황을 알렸다. 창원 토월시장 인근 신월지구대 앞으로 들어가자 차량이 밀려 서행했다. 마침 경찰관 2명이 지구대 밖에 나와 있었다. 곧바로 정지신호나 후속조치가 있을 줄 알았으나 이들은 취재진이 탑승한 택시를 잠시 쳐다볼 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밤 8시25분 신월동 한전 앞 합포주유소 앞 도로. 경찰과 의경 등 6명이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하고 있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임씨는 비상 상황을 경찰이 알아주지 않는 마음에 답답했는지 경적까지 울렸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임씨는 “참 답답하네요. 경적까지 울렸는데 경찰마저 몰라주니…”라고 한숨을 쉬었다.

    취재진은 택시를 돌려 상남동 도심으로 들어갔다. 밤 8시35분께 대동백화점 앞 사거리는 퇴근차량들로 정체가 심했다. 차량들에 둘러싸인 도로에서 3분 가량 정차했으나 바로 옆에 있던 택시와 승용차 운전자들은 한번씩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택시는 이어 상남동 웅남초등학교 앞을 천천히 지나갔으나 현장에 있던 경찰관 3명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LG전자 창원1공장을 지나 웅남동 남창원역까지 천천히 운행을 하고 다시 유턴해 창원병원과 롯데백화점을 거쳐 신월동 경남신문사 앞까지 돌아오는 약 1시간 동안 수많은 택시와 자가용을 마주쳤고 시민들을 만났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려 하지 않았다.

    임씨는 “창원과 마산지역에 택시가 400대 있고 각 택시마다 무전기가 있는데 신고됐다거나 주의하라는 메시지 한번 안 오네요. 동료들도 참 무심하네요”라며 힘 빠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또 “아마도 강도가 침입했다면 거의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며 “일반인들이 비상방범등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경찰이 보고도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시간 동안 경찰에 택시 위급상황이 접수된 사실은 없었다.

    김정민·김용훈기자 isgu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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