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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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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자유를 억압하지 않은 잘못이 성립할까?-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8-16 19: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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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여름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2054년 미국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서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를 사전에 체포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형사법은 범죄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법률에 예비, 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범죄 실행의 착수 전이라도 처벌을 한다. 따라서 영화의 설정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방은 중요하다. 불행한 사고가 터지고 나면 우리는 엄청난 피해에 대해 잘못을 따져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느냐?’고 절규한다. 그 추론은 ‘다소 과도하더라도 참혹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을 했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수시로 울리는 별로 경각심도 느껴지지 않는 재난 문자는 예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면피를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방이 성공하면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예방의 성공은 잘한 일이 아니라 허무하게도 그냥 아무 일도 아니다. 정신질환자를 철저히 관리해서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철저한 사전 통제로 참혹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고 해서, 담당 공무원이 포상을 받고 승진을 하는가? 그건 그냥 당연한 일로 끝나는 것 아닌가?

    예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유의 억압은 의외로 심한 비난에 직면한다. 유례 없는 태풍이 다가오는 상황에 다소 과하다 싶은 정도로 경고에 경고를 거듭했는데,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 일도 안 생길 건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불만. 하지만 문제가 안 터지게 막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그 노고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결과만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반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이 당연한 것도 아니다. 정치로 오염되어 늘 결론은 이상하게 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자유를 억압하는 결정을 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상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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