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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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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1) 알바의 서막

어시장 출근 앞둔 ‘초짜 알바’ 몸도 마음도 ‘만반의 준비’

  • 기사입력 : 2022-09-28 21: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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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삐 공주들 왔네, 어디서 왔는데? 뭐 할라(하려고) 온 거고.”

    몸에 소금기 가득한 8월 초, 사전답사 차 마산어시장을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상인분들의 많은 질문이 날아듭니다. 청년들이 드문 곳에 갑자기 여럿이 나타났으니 궁금하실 법하지요. 아, 어르신 말씀 속 ‘공주’는 예쁘고 곱게 자란 사람이 아니라 경상도 어르신들이 나이 어린 여성에 흔히 쓰는 호칭인 걸 압니다. 어쨌든 공주라 불러주시니 냉큼 받아 보려고요(하하~). 갑작스레 발밑에 등장한 장어를 주워들어 대야에 던져 넣고, 처음 뵙는 어머님과 함께 무반주에 춤을 추며 그렇게 홀리듯 어시장에 흘러들어 갔습니다.

    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 ‘마사나이(MASANAI)’ 박승규 대표와 손창만 디자인 팀장, 어시장 상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 ‘마사나이(MASANAI)’ 박승규 대표와 손창만 디자인 팀장, 어시장 상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조선시대 마산어시장 태동
    1760년 쌀 창고 조창 생기자
    ‘마산포장’ 으로 이름 떨치고
    1960~70년대 크게 번창

    전국 3대 수산물 집산지로
    유명세 떨쳤지만
    시대 흐름 따라 이용자 줄며
    종사자·점포수도 감소

    ◇마산어시장= 마산어시장은 1760년,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에 있는 SC제일은행 마산지점 자리에 ‘조창(마산창)’이 생긴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조창은 조선후기 세금을 쌀로 내던 시절, 쌀을 모아두던 창고를 말하는데요, 창동의 지명도 조창에서 따왔습니다. 조창의 설치로 마산포가 번성하며 조선후기 ‘마산포장’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15대 시장에 속했고 동해의 원산, 서해의 강경과 더불어 전국 3대 수산물 집산지 중 하나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구마산시장(어선창)’이라 불렸다고 하고요. 백석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 ‘란’을 찾아갈 때 쓴 시, ‘통영2’ 도입에 나오는 그 이름 말예요.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이후 마산어시장은 1960~70년대 한일합섬, 한국철강, 임해공업단지, 창원산단이 차례로 설립되며 인구밀도가 서울 다음이었던 마산의 호황에 힘입어 크게 번창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전통시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매출액과 고객수가 줄고 있으며, 이에 따라 종사자수와 점포수도 줄어들고 있답니다. 마산어시장도 예전보다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미등록 점포도 존재한다지만 지난해 기준 마산어시장(766곳·노점 160곳)과 마산가고파수산시장(275곳·노점 14곳) 점포를 다 합해도 1100여곳 남짓으로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시장 본연의 사고 팔며 나누는 역할이 우선이나, 이제는 마산어시장을 살아있는 문화자산으로 즐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습니다. 지난 8월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가 진행한 ‘로컬스터디-마산편’에 지역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마산어시장을 공부하고 현장답사를 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일 겁니다. 마산어시장 유통방식 변화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쓴 이경미 전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연구교수는 마산어시장이 20년 전 연구 때와도 크게 달라졌다며 기록을 강조합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쇠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간의 수많은 이야기가 있음에도 일상사는 거의 남아있지 않아 더 늦기 전에 남겨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지난 8월 마산어시장에서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알바 때 신을 장화를 고르고 있다./이솔희VJ/
    지난 8월 마산어시장에서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알바 때 신을 장화를 고르고 있다./이솔희VJ/

    상인들 삶 함께하며
    살아있는 문화자산 기록하려
    장화까지 맞춰 신고
    어시장 한가운데로 풍덩

    ◇왜 마산어시장 알바생이 됐냐 물으시면= 마산에서 대학생활을 한 아름 PD와 현 마산 주민인 저는 꽤나 마산어시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여겼는데 오랜만에 방문한 둘은 여행자 마냥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합니다. 이곳에는 흉내내고 재현하는 복고 감성이 아니라 진짜 옛 정취를 간직한 물건들이 주목을 끌 마음도 없다는 듯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색색의 파라솔과 팥색 고무대야, 온갖 주방잡화를 매달고 골목길을 누비는 어시장표 이동 ‘다있소’, 주렁주렁 달린 조명들까지 눈이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꿈틀대는 생물들이 내는 물소리, 생선머리를 내리치는 소리,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 하모니가 기운을 돋웁니다. 지척에 이처럼 낯선 풍경과 소리가 있었네요.

    칸영화제 2관왕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박용우 부부와 박해일·이정현 부부가 우연히 맞닥뜨리는 장면을 찍은 상점들도 지나며 신기해 합니다. 덕분에 이곳에 더 오래 머물며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하고, 묵은 인생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한영 일가와 전삼도 객주 등 옛 어시장 갑부들의 성공기도 엿보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결론은? 이 한가운데 뛰어드는 수밖에요. 저와 아름 PD가 매주 다른 마산어시장 일터에 취직하고, 성승건 사진기자와 이솔희VJ가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따뜻한 정을 찾아 수도권의 청년들이 멀리 지역에 찾아와 살고 일하며 지역의 자산과 매력을 다시금 발견해내고 알리는 시대, 우리는 보다 가까운 이곳에서 그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서 이경미 강연자와 지역 문화기획자들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지난 8월 27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서 이경미 강연자와 지역 문화기획자들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지난 8월 27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서 이경미 강연자와 지역 문화기획자들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지난 8월 27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서 이경미 강연자와 지역 문화기획자들이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이슬기 기자/

    ‘마사나이’와 협업해
    방수 앞치마·토시 등 제작
    어르신들 응원에 힘 불끈
    알바 첫 출근 준비 완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산어시장 앞치마’= 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을 본격 진행하며 함께 하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마산 모자’, ‘돝섬 티셔츠’, ‘무학산 손수건’ 등 마산을 소재 삼아 의류잡화를 제작하고 있는 브랜드 ‘마사나이(MASANAI)’인데요. 제품명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마산만의 분위기를 찾아내는 데에 진심인 사람들입니다. 감사하게도 마산 출신 디자이너인 박승규 대표와 손창만 디자인 팀장은 날카롭고도 애정 어린 눈으로 마산어시장의 매력을 함께 끄집어내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디자인과 제품 제작비도 맡아주셨고요.(마사나이 최고지예) 지역신문과 지역 의류 브랜드의 협업, 가능한 일이었네요!

    우선 우리는 어시장을 위한 선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일을 도우러 가지만 어시장 일을 해본 적 없는 ‘초짜 알바’라 도움은커녕 민폐를 끼칠 수도 있는 데다 수없는 질문 폭격에 답해주실 어시장 상인분들에게 되레 무언가를 드리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요. 어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일 것을 고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산어시장 방수 앞치마’와 ‘방수 팔토시’가 나왔습니다. 앞치마 디자인은 마산 하면 떠오르는 ‘아귀’ 위에 새겨진 ‘마산’이 중심을 잡은 뒤 ‘어시장’과 ‘신선’이 리본 공간을 채웁니다. 그 아래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죠. 반응은 어땠을까요. 실물을 구경한 분들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집에 쓸 일도 없을 방수 앞치마가 꼭 하나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아시죠?

    마사나이가 제작한 방수 앞치마와 팔토시.
    마사나이가 제작한 방수 앞치마와 팔토시.

    ‘마사나이’의 소감은 남다릅니다. “젊은 느낌을 살리면서도 저희만의 재미를 고집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는데 어시장 현장에서도 반응이 좋아 뿌듯해요. 내공이 쌓인 진짜 멋이 느껴지는 분들을 만나 뵌 것도 좋았고요. 회사로서는 이번 기획으로 고광택 제품 디자인을 시도해보며 워크웨어(작업복 스타일)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쌓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당장은 판매용이 아닌데도 구매 문의가 들어와서 ‘멋있게 일하고 싶은’ 수요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 결과물이 앞으로 마산어시장 로고 브랜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보람될 것 같습니다.”

    앞치마를 만들고 나니 ‘우리 애가 아직 결혼 안 해서, 손은 찍되 얼굴은 찍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던 상인 분이 떠올랐습니다. 30년 동안 단련한 예술적인 생선 손질에 연신 감탄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마산어시장 알바들’이 취직할 곳에 드릴 선물들이 마산어시장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지며 일터에서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킨다면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이 갖고 싶어하는 이색 ‘굿즈(기획 상품·기념품)’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가져보고요.

    마산 브랜드 ‘마사나이’가 마산어시장 방수 앞치마를 디자인하고 있다./마사나이/
    마산 브랜드 ‘마사나이’가 마산어시장 방수 앞치마를 디자인하고 있다./마사나이/

    ◇알바들의 출근 준비= “헌옷을 입고 오세요, 장화는 줄게요.”

    첫 출근을 앞두고 준비물을 여쭸는데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불안감이 엄습했지요. 사이즈에 맞지 않는 장화를 신었다가 넘어지거나 실수할까봐서요. 어시장에서 일하기로 한 이상 장화를 한 켤레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칼각을 맞춘 몸빼와 방수바지, 장화들이 줄지어 서있던 집을 눈여겨 봐뒀던 차였거든요. 저와 아름PD는 똑같이 짙은 감색 장화를 골랐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예쁘고 고가인 2만원짜리로요. 이제는 튼튼한 몸과 부지런한 눈과 손, 마산어시장에 더 다가갈 마음만 준비하면 되겠지요. 더운 날 수고한다며 시장 상인들과 저희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신 어르신의 든든한 응원에 알바들, 출근 준비 완료했습니다. “공주들, 묵고 건강해라이(먹고 건강해야 해).”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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