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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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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백만장자-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9-27 19: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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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밥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일 정도로 궁핍한 시절이 있었다. ‘이승 저승 다 합해도/ 밥보다 힘센 것은 없다’고 한 의령 출신 시인의 시구가 가슴에 꽂힌다.(설태수·밥) 농경시대 부(富)의 척도는 경작 규모였다. 당시 부자를 ‘천석꾼’ ‘만석꾼’이라 불렀다. 연간 1000석(섬)을 거두려면 경작지가 500마지기(10만평)는 족히 돼야 한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조사에 따르면 지금의 남북한을 통틀어 천석꾼은 750명, 만석꾼은 40명 정도에 불과했다. ‘천석꾼은 나라가 내리고 만석꾼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의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

    ▼서양에서는 ‘백만장자(millionaire)’를 부자의 대명사로 통칭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는 금융 및 부동산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100만달러(약 13억95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한 세계 부자보고서를 매년 발표한다. 100만달러가 세계 상위 1%의 자산 수준이니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한국의 천정부지 집값에 견주면 부자로 지칭하기엔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 CS가 발표한 ‘글로벌 부(富)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 성인 가운데 백만장자는 129만명에 이른다. 2026년엔 20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순자산을 5000만달러(약 698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도 4000명에 육박한다. 세계에서 11번째로 많다.

    ▼금권천하다. 돈이 곧 권력이고 사람을 저울질하는 잣대로 삼는 시대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난의 대물림은 천형 (天刑)과 다름없다. ‘행실을 닦지 못하고/젊어 재물을 쌓지 못하면/물고기 없는 빈 못을 지키는/늙은 따오기 마냥 쓸쓸히 죽어간다.’(법구경) 부는 사회에서 축적한 산물이다.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당위의 근거다. 늘어나는 부자만큼 나눔의 손길도 분주했으면 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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