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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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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생을 바꿔 준 말 한마디- 신혜영(작가·도서출판 문장 대표)

  • 기사입력 : 2022-09-21 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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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작가가 됐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책 써요.” 짧았지만 강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자동 손사래가 튀어 나왔다. “제가 무슨 책을 써요. 그건 아무나 못하는 거잖아요. 아니요. 전 못해요.” 그랬던 내가 어느덧 9권의 책을 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작가는 아니더라도 운 좋게 대만과 중국으로 책을 수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가끔 독자들의 편지를 받고는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옥복녀 작가님의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우리는 늘 기회 속에 산다. 잡지 않아 그것이 기회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좋은 사람의 말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기회다. 좋은 사람인 줄 어떻게 알죠? 답은 간단하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다. 반대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과는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것이 정답이다. 뒤끝 없다는 자신감에 똘똘 뭉쳐 독설을 뱉어내는 사람과 내일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뜨끔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던가? 동시에 나는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던가? 돌아보고 싶지 않다. 부끄러운 마음에 이제껏 쓴 글을 죄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럼에도 용기 내 꾸역꾸역 마쳐 보려 한다.

    작가는 단 한 명의 독자를 내 노트북 앞에 앉히고 조근 조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다. A4 80장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기에 독자가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로 최대한 잘게 잘라 조금씩 떠먹이는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 간다. 가끔 독자의 어지러운 정신 줄을 붙잡기 위해 과감한 문장을 내던지기도 하지만 앞 뒤 내용을 살펴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친절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작가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끝까지 읽어낼 힘이 생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친절한 사람이 돼야겠다. 책에서만 친절한 작가가 아니라 말 한마디도 따뜻한 사람이 돼야겠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말 한마디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하루를 망칠 순 없지 않는가?

    신혜영(작가·도서출판 문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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