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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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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호칭에 대한 단상- 최미래(소설가)

  • 기사입력 : 2022-08-19 07: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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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한 지 30년이 지나도록 같이 사는 남편으로부터 ‘여보’라는 호칭을 들은 기억이 없다. 모르긴 해도 아마 남편은 어색함으로 인해 여태껏 그 단어를 못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부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얼마 전에 만난 내 또래 지인들도 대부분 ‘여보’라는 말을 잘 안 쓰고 있었다. 대신에 배우자를 호칭할 때, 주로 자신의 아이 이름을 빌려와 ‘○○엄마’, ‘○○아빠’ 같은, 제 삼자도 쓸 수 있는 삼인칭 표현으로 부르고 있었다.

    ‘여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어른이 가까이 있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했고, 다른 하나는 “부부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어원은 ‘여기 보시오’로 추측되며, 이러한 유래로 모르는 사람을 ‘여보’라고 부르는 용법도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대개 배우자를 ‘여보’라고 부른다고 돼 있었다.

    이참에 호칭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관계를 맺고 살고 있고, 처한 위치나 자리에 따라 다양한 호칭을 부르고, 불리며 산다. 여러 호칭 중에서도 특히 내게 생각거리를 준 게 있다면 결혼 후 쓰게 되는 호칭들이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장인어른, 장모님, 동서, 아주버님, 형수님, 제수씨, 올케, 처남, 처제, 처형 등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판 남이었던 사람들에게 이런 호칭들을 쓴다. 사람에 따라 처음엔 약간 어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잘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깝고 소중한 배우자에게 쓰는 호칭인, ‘여보’라는 말은 대부분 잘 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각자 부부만의 여러 애칭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거야 뭐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단지 ‘여보’라는 단어로 부르는 게 어색해서 평생 부르지 못한다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오늘날 사람관계에서 ‘여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사람, 배우자밖에 없다. 유일무이한 특권이다.

    이 특별한 권리를 누리는 데 필요한 건 딱 한 가지, 용기뿐이다.

    최미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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