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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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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행복한 학교 만드는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

쇠락하던 밀주초등 ‘학교맛집’으로 살려낸 교육실천가
1994년 교직 첫발… 2016년 첫 교감
지난해 76년 역사 밀주초 교감 맡아

  • 기사입력 : 2022-08-18 07: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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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져 가던 학교가 바로 서면서 저를 비롯한 교사들이 감동과 보람을 함께 느끼는 최초의 경험을 하고 있는 건 물론 학생과 학부모님들도 함께 감동받고 있는 ‘이상적이고 꿈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학교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밀주초등학교 사례를 보러 몰려들고도 있죠.”

    지난 10일 밀양시 가곡동 밀주초등학교 1층 복합문화공간 ‘꿈자람터’에서 만난 장운익(62) 밀주초등학교 교장은 박순걸(51) 교감을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혁명가이자 교육실천가, 교육운동가’라고 추켜세우며 “41년 교직 생활 중 박 교감과 지난해부터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영향력이 강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박순걸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만들어온 혁신이 학교와 지역을 매일 놀라게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학교 운동장 공간 혁신으로 탈바꿈한 생태운동장의 생태통로(동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학교 운동장 공간 혁신으로 탈바꿈한 생태운동장의 생태통로(동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는 ‘학교를 살리는 사람’= 박순걸 교감은 1994년 교단에 발을 디뎠고, 22년 만인 지난 2016년 교감이 됐다. 밀양 송진초등학교, 예림초등학교를 거쳐 지난해부터 밀주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7년차 교감이다.

    밀주초등학교는 쇠락하고 있는 밀양 구도심인 가곡동에 자리잡고 있다. 1946년 개교해 76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도시의 쇠퇴와 함께 학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밀양초등학교, 밀성초등학교와 함께 한때 밀양 빅3 초등학교로 불려왔고, 학생수도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500~600명 규모였지만 2020년 들어 120명 규모로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밀양 학부모들 사이에선 ‘보내고 싶지 않은 학교’로 여겨질 정도였다.

    평교사 시절 밀주초등학교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박 교감은 학교의 쇠락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다. 마침 그는 교육혁신의 열정이 강한 장운익 교장이 교직 생활 마지막 여정을 밀주초등학교 교장으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교감은 “여러 교장선생님을 만나봤지만 학교를 살리겠다는 열정과 뚜렷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좋은 교장을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며 “(장운익 교장과 함께 하는) 이 때가 아니면 학교를 살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니와 ‘밀주초는 내가 있어야 할 학교’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밀주초등학교로 부임한 뒤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학부모를 만나는 일이었다.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교로 불러모은 뒤 어떤 학교를 원하는지를 먼저 물었다.

    “다들 ‘우리 아이가 밀주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게만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달란 말씀이었죠.”

    생태운동장의 생태통로(동굴) 입구에 앉아 있는 박 교감.
    생태운동장의 생태통로(동굴) 입구에 앉아 있는 박 교감.

    ◇그는 ‘공간을 살리는 사람’=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박 교감은 우선 학교 공간을 혁신하기로 마음먹고 공동체의 뜻을 모았다. 변화의 포문을 ‘공간혁신’으로 연 것이다. 밀주초는 때마침 박 교감 부임 직전해인 2020년 ‘경남형 학교 공간 혁신모델 구축사업’에 선정돼 있었다.

    사업에 선정된 후 ‘어떻게’ 공간을 혁신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기서부터 박 교감의 진가가 드러났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공간 혁신 워크숍을 통해 구체화한 뒤 ‘열린 학교’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270㎡ 크기 1만6500권의 도서가 있는 북카페·도서관·놀이터·중앙현관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꿈자람터’다.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중앙현관과 교무실의 벽을 허문 것이다. 교실에서 바로 교실 밖 데크와 운동장을 연결해 설계한 점, 그리고 공부와 놀이 공간이 함께 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특징이다. 박 교감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이용하지 못한 중앙현관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교장실 등 소수의 어른이 사용하고 있던 넓은 공간을 줄이는 동시에 외곽으로 옮겼다”며 “넓고,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창의력이 샘솟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감의 뜻과 교육철학에 공감한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학교 운동장 공간 혁신을 적극 도왔다. 6학년 남학생들이나 조기축구회원들이 점유하고 있던 운동장을 쉬는 시간 누구나 맨발로 뛰어나가 보물찾기, 술래잡기, 산책을 할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지난 10일과 16일 찾은 밀주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생태통로(동굴), 미끄럼틀, 산책로는 물론 학생과 지역민이 캠핑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숲’, 학부모들의 휴식·소통공간 장소로 이용되는 학부모회실 ‘모밀’도 조성돼 있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밀주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대전환’ 경남교육정책포럼에서 “학교 운동장은 밀양 밀주초등학교를 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학교 운동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교실 밖 데크와 운동장으로 갈 수 있는 교실에 앉아 있다./김승권 기자/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교실 밖 데크와 운동장으로 갈 수 있는 교실에 앉아 있다./김승권 기자/

    ◇그는 ‘교사와 학생을 살리는 사람’= 꿈자람터와 학교 운동장을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과 동시에 박 교감은 선생님들을 학생 곁으로 보내는 교육혁신 노력도 공을 들였다. 행정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계획서를 잘 만드는 교사가 아닌 교대에서 배운 것처럼 학생 수업에 집중하고 생활 지도를 잘 하는 교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노력이었다. 그는 교감이 된 이후 교무, 보건위생, 학부모회 등 업무를 교사들과 같은 비율로 나눠 직접 처리하는 한편 비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행정업무전담팀을 만들어 담임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나갔다. 소규모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교 관리자로서 그의 소신이 없었다면 애초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평가다.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교실 다락방에서 교실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박순걸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이 교실 다락방에서 교실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는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사람’= 29년차 선생님이자 7년차 교감인 그는 교육의 본질이 무너지는 순간을 볼 때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올 연말 펴낼 그의 두 번째 책 제목은 ‘학교 외부자들’이다. 학교를 관료화하는 외부자인 교육 관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그는 앞서 밀양 송진초등학교 교감 때인 지난 2018년 ‘학교 내부자들-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라는 책을 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 21세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에 대한 현직 교감의 고백과 반성’이라는 소개가 붙어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고발하는 교육현장의 문제에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회초리이자 거울로 삼았다.

    박순걸 교감과 장운익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들의 하나된 노력 덕분일까. 올해 밀주초등학교는 지난해보다 10명 더 많은 32명이 1학년으로 입학하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홍보에 나서는 등 ‘살아있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박순걸표’ 밀주초등학교 혁신 사례를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고, 한국교육개발원은 밀주초등학교를 연구협력학교로 지정하고 올해부터 10년간 학교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종단연구에 돌입했다.

    공간·교육혁신으로 밀주초등학교를 전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만들어나가고 있는 그가 앞으로 할 일도 많을 터.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살려 다음 세대에게도 좋은 학교를 물려주는 게 그의 목표다.

    “교육의 본질인 ‘교사가 잘 가르치고 학생이 잘 배우는 일’이 무너지면 학교도 무너지고 교사의 존재가치도 사라집니다. 교육의 본질을 살려나가고 더 나아가 마을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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