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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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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42) 유진등고(油盡燈枯)

- 기름이 다하면 등불이 꺼진다

  • 기사입력 : 2022-08-16 0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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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봉투에 현금을 넣어 월급을 지급할 때, 월급날이 되면 서울대학교 학과 조교도 놀라고, 모 사립대학 학교 조교도 놀란다고 했다. 그런데 놀라는 이유는 정반대다. 서울대학교 조교는 “서울대학교 교수 월급이 이것밖에 안 되나?”해서 놀라는데, 모 사립대학 조교는 “교수 월급이 이렇게도 많나?”해서 놀랐다고 한다.

    교수의 본봉은 대한민국 어느 대학이나 같다. 그러나 연구비 등 수당이 대학마다 다 다르다. 국립대학 사이에서도 연구 수당이 학교마다 다르다. 사립대학은 재단이 건실하냐에 따라 대학 간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러나 국립대학 교수의 보수는 안정적이었다. 본봉에 연구비라는 수당을 더 보태어서 사립대학 보수의 평균 정도는 됐다. 국립대학에서 연구비라는 명목으로 월급에 보태주는 재원은 기성회비라는 것에서 나왔다.

    이 기성회비라는 것은 1963년 문교부장관령으로 제정해 각 대학에서 거둬 학교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기성회비는 수업료보다도 조금 많았다. 그래도 국립대학의 등록금 총액은 사립대학의 절반도 안 됐다.

    수업료는 국가 회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관장해 국립대학에서 타서 쓰는 것이고, 기성회비는 학교 자체에서 집행하면 됐다. 건물을 수리한다든 지, 도서나 실험실 기자재 등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대학 등록금 인상 동결이 시행돼 지금 14년째 계속되고 있다. 또 국립대학 학생들이 기성회비 폐지 소송을 제기해 결국 국립대학에서 기성회비를 징수하지 못하게 됐다.

    등록금 모두가 수업료가 되자 국립대학에서 징수하는 모든 돈을 교육부에 다 보내어 교육부 허가를 받아 집행하게 되니 학교 자체적으로는 단돈 1원도 집행하지 못하게 됐다.

    교수 보수에 지원되던 기성회비가 없어지니 국립대학 교수의 보수는 본봉만 있게 됐다.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교재개발비, 학생지도비 등의 명목을 신설해 보수를 좀 보충해 주려고 해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계속 감사 등에 걸려 언론에서 문제로 삼아 왔다.

    또 2008년 등록금 인상 동결 이후로 물가는 두 배 세 배로 올랐는데, 대학의 예산은 14년 전 그대로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등록금 인상 동결을 잘한다고 박수 치고 있다.

    기성회비 폐지와 등록금 인상 동결은 국립대학이 고사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 피해는 교수나 직원보다도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지방의 사립대학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간다. 국립대학은 재원이 없어 시설 투자를 못하고 있다. 10여 년이 넘은 컴퓨터나 실험기구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에 적응해 갈 수 있겠는가? 기름 떨어진 등불에 불이 꺼지듯이 재정이 고갈된 대학은 문을 닫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지방재정교육교부금 가운데 각 시도 교육청에 남아 있는 돈이 6조원이 넘는다. 초·중등학교는 지금 돈이 남아돈다고 한다. 이것을 대학에 투자하면 쓰러져가는 대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 油 : 기름 유. * 盡 : 다할 진.

    * 燈 : 등불 등. * 枯 : 마를 고.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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