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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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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티눈-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 기사입력 : 2022-08-15 20: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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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닝머신 위를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유산소 운동이라는 걸 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른쪽 발가락 사이가 살짝 불편하다. 뭔가가 비집고 나왔을 때의 이물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걸음을 못 걸을 정도는 아닌 아주 경미한.

    집으로 돌아와 발가락 사이를 살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물감이 느껴지는 곳을 만져본다. 조금 딱딱한 게 만져진다. 티눈이다. 10여 년 전에 병원을 찾아 제거한 그 자리에 티눈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라듯 얘도 슬금슬금 자란다. 몸 면적의 몇 천분의 일, 몇 만분의 일 정도의 작은 크기일 텐데, 이렇게 불편을 주나 싶다.

    존재가 느껴질 땐 병원을 찾아 빼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으면 잊어버린다. 존재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마주하면 불편하고 보이지 않으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티눈같이 경미하게 불편한 사람처럼.

    세상에는 보석 같은 사람이 있다. 우리가 속한 지역이나 국가를 잘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이기를 만들어 내는 과학자나 개발자, 배우나 가수처럼 연예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등. 그러나 이처럼 환한 빛을 내진 않지만, 서로서로에게 보석만큼은 아닐지라도 보약같이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내가 기쁠 때 기쁨을 함께하고 축하를 아끼지 않는 사람, 내가 슬프고 힘들 때 그 아픔을 나누어 주고 위로를 해주는 사람, 항상 편안하고 언제나 내 편이 돼주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보약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티눈 같은 사람일까?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누군가에겐 보약일 테고 누군가에겐 티눈일 수도 있으니. 그러나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에게 보약이 되고, 될 수 있으면 최소한의 사람에게 티눈이 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싶다.

    발가락 사이에 있는 티눈을 다시 한번 만져본다. 얘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심스럽게 자랄 것이다. 불편함도 조심스럽게 커져 갈 것이고, 그러다 언젠간 병원을 찾아 뿌리를 뽑아내겠지 쓸데없이 단호하게. 그런데 마음의 티눈은 누가 뽑아내 주지? 병원에서도 어쩌지 못할 텐데.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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