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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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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떤 천리안?-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 기사입력 : 2022-08-01 2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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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집에 온 딸내미가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보더니,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라디오를 듣거나 끼적여놓은 글들의 워드작업 정도만 하는 터라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여 괜찮다고 했더니,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키보드를 놓으면 정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단다. 그런 게 있었나? 하고 검색을 해본다. 그런 게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노트북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자판이 있는데 키보드가 왜 또 필요하지? 싶어서 관심을 거두었는데, 딸내미가 자기가 쓰던 키보드를 줄 테니 쓰겠냐고 묻는다. 밑져야 본전! 뭐, 그런 생각으로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키보드가 도착한다. 건전지를 넣고 노트북과 키보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그리고 글자를 입력해본다. 된다. 신기하다. 그리고 심하게 사용하기 편하다.

    노트북의 자판으로 글자를 입력하면 화면이 눈과 너무 가깝고, 또 화면이 눈의 아래쪽에 위치하게 되어 내려다 보아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독서대를 활용하여 눈높이를 맞추고, 화면을 멀찍이 놓고 사용하니 워드 작업이 무지하게 편한 거였다.

    옛날에는 힘 센 사람과 힘이 약한 사람과의 차이가 있었고, 걸음이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의 차이도 있었으며, 천리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었으나, 이제는 자동차, 비행기,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누구나 하루에 만 리를 갈 수 있고, 누구나 천 리 밖의 일을 알 수 있는 천리안을 가진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의 도움으로 편리한 삶을 사는 시대이다. 그러나 항상 곁에 있으면서 도움을 주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려서 편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작은 불편을 해결해준 키보드에는 편리함을 느끼지만 원래의 노트북에는 편리함을 느끼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마치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인생사처럼 말이다. 키보드 하나에 드는 단상이다. 그나저나 누구나 다 천리안이라는 이 스마트한 시대에, 나는 천리 밖의 일을 헤아리는 혜안을 가진 천리안일까? 아니면 천리 밖의 일을 보기만 하는 그냥 천리안일까?

    김종열(전 농협밀양시지부장,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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