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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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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백 원 식당’을 아시나요?- 최진수(창원한들초 교감)

  • 기사입력 : 2022-07-31 20: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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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학교 교장실에서 식당을 열었다. ‘백 원 식당’, 백 원만 내면 샌드위치 두 조각과 음료수를 준다. 꼭 백 원을 내지 않아도 ‘공짜’로 준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이 보여서 교장 선생님이 고민을 오래 하셨다. 예전에는 형편이 안 돼 그랬다지만, 요즘은 부모의 늦은 퇴근과 이른 출근으로 못 챙겨 먹는 아이가 많다.

    각 반에서 수요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 친구들 눈치를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거꾸로 먹고 싶어서 잘 먹던 아침도 안 먹거나 일부러 더 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그런 아이도 있겠지만, 그것도 배움 과정이다.

    전교생에게 그 취지와 의도, 걱정도 모두 알렸다. 첫날에는 서넛 아이가 기웃거리며 왔고 이튿날부터 30여명, 그 뒤로 20여명 정도 이어졌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다가 차츰 눈치 볼 것 없이 자연스럽게 와서 이야기도 나누며 먹었다. 학부모, 지인, 학생들 기부도 이어졌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바자 수익금과 학생회 참여도 있었다.

    배움은 학급 교육 활동도 있지만, 이런 ‘백 원 식당’처럼 학교 차원의 실천에도 일어난다. 아이들 ‘삶’에서 가르친다. 그런 ‘삶’에서 ‘앎’을 배운다. ‘삶’과 ‘앎’, 삶+앎=사람, 그래서 ‘사람’이다. 학교는 지식의 가르침을 품고 함께 ‘사람’을 키운다.

    학생들이 스스로 돕고 학부모, 지역과 마을의 기부도 받으면서 우리 ‘교육공동체’가 있다는 것에 힘이 솟았다. 학교가 마을로 넓혀가는 ‘씨앗’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백 원 식당’에서 ‘백 원’은 백만 원보다 더 크다. ‘공짜’의 가치도 크다. 아이들이 커서 또 다른 ‘백 원’과 ‘공짜’를 베푼다면 그때는 또 더 큰 가치로 자라 있겠지? 그때는 ‘백 원’, ‘공짜’가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사회적 협동’의 의미로 정의될 것이다. 가르치며 배운다. 실천하면 더 확실히 배운다. 아이들은 현재를 배우지만, 어른들은 미래를 가르친다.

    ‘백 원 식당’에 모인 돈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람의 가치를 더 많이 품는다. 그 ‘돈’은 우리 공동체 사회를 키울 ‘씨앗’이 될 것이다.

    최진수(창원한들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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