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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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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비의 기분 - 석민재

  • 기사입력 : 2022-07-28 08: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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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는 왼손잡이입니다

    왼손잡이 자살하는 법, 매뉴얼을 보면서

    방아쇠는 왼쪽 엄지발가락에 걸고

    랄, 랄, 랄 눈 대신 비만 오는데

    비 맞은 산타클로스는 어디로 갔을까

    비는 흰색입니다

    저기 젖은 흰색 봉투는 버려진 곰이거나

    총 맞은 쓰레기봉투거나

    타지 않는 쓰레기로 하얗게 분리된 내가

    푹푹 썩어가는 중입니다

    비는 비틀거리지 않습니다

    한 병은 모자라고

    두 병은 남고.

    ☞ 비란 단어만큼 생각이 많은 단어가 있을까요? 단순히 날씨를 말하기도 하지만 기분이기도 하고, 분위기이기도 하고, 그날의 일진이기도 합니다. 비는 “타지 않는 쓰레기로 하얗게 분리된 내가/ 푹푹 썩어가는 중입니다”

    “비는 비틀거리지 않습니다” 비는 곧바로 돌진하듯 직선입니다. 눈물처럼 많은 감정을 품은 직선입니다. 그리고 “비는 흰색입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흰색입니다. 어쩌라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그대, 흰색입니다.

    ‘비오는 날은 공일’이라는 막노동꾼처럼 우리도 비가 오는 날이면 곧잘 술잔을 기울이지요. 여기저기로 전화를 하고 한 잔 어때 묻기도 하면서 비를 핑계로 술잔을 기울이지요. 늘 “한 병은 모자라고/ 두 병은 남고”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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