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11월 27일 (일)
전체메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루아침에 막힌 초등생 통학로

“타 아파트 단지 학생 통행금지” 아이들 등굣길이 막혔다

  • 기사입력 : 2022-07-10 21:14:14
  •   
  • 진해 장천초 인근 대동다숲아파트
    소음·사고 이유로 학생 출입 막아

    아파트 가로지를 경우 10분 거리
    우회시 20분 걸리고 안전 우려 커

    타 아파트 주민 “우회통학로 위험”
    해당 아파트 “우리만 일방적 희생”
    구청 “예산 확보되면 정비할 것”


    지난 8일 오전 8시, 진해 장천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모(11)군이 학교를 가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장 군이 사는 집은 학교와 직선거리로 600여m 떨어져 있다. 예전 같으면 10분이 걸릴 거리지만 5월 말부터는 등교하는데 20분가량이 걸린다. 그동안은 진해장천대동다숲아파트 내부를 가로질러 통학했었는데, 아파트 측에서 외부 학생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다숲아파트 정문 앞에는 두 명의 경비원이 학생들의 아파트 출입을 막으면서 우회 통행로로 유도했다. 경비원의 지시에 따라 장 군이 향한 우회 등굣길은 통학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옆으로 버스와 트럭·통학을 돕는 차량이 스쳐 지나가며 안전사고 우려도 높았다.

    지난 8일 창원시 진해구 장천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 출입문에 등하교시 타 아파트 어린이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8일 창원시 진해구 장천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 출입문에 등하교시 타 아파트 어린이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성승건 기자/

    ◇갑작스러운 통제에 아이들 위험한 통학로 내몰려= 진해 장천동에 위치한 장천초에는 진해장천대동다숲, 창원마린푸르지오·바다마을, 창원한신휴플러스오션파크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1349명의 어린이가 재학하고 있다. 학교와 붙어있는 대동다숲·한신오션파크아파트 자녀를 제외한 재학생들은 거주지에서 직선거리로 10분가량을 걸어 통학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30일부터 대동다숲아파트에서 타 아파트 학생의 출입을 막으면서 학생들은 옆길로 우회해 등교하기 시작했다. 이에 당사자인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여러 차례 소통을 나눴지만 최종적으로 단지 내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갑작스러운 출입 통제에 창원마린푸르지오·바다마을 아파트 학부모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푸르지오에 거주하면서 장천초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박나은(40) 씨는 “지난 5월부터 도로공사를 한다고 출입을 통제하더니 그 이후 계속해서 아이들 출입을 막았다”며 “여태 아파트 출입을 허용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하루아침에 등굣길을 막아버리니 당황스러웠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여태 학생들이 등굣길로 대동다숲 단지를 이용했기 때문에 우회길은 학생 통학로의 기능이 없다”며 “펜스 없이 오로지 식재로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도로에 밀려나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주민들은 근접한 곳에 화물야적장과 진해항부두가 위치해 있어 화물 통행량이 많아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김가경(39) 씨는 “화물 통행이 잦아 위험하니 구청 등에 전화해서 안전한 통학로를 만들어 달라 민원을 넣어도 예산이 없어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며 “어른은 출입을 통제해도 되지만 아이들은 죄가 없지 않나. 최소한 우회 통학로를 정비할 수 있게 최소한의 계도기간이라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파트만 희생… 안전 통학로는 지자체가 나서야= 대동다숲 아파트 주민들은 푸르지오 아파트 등이 들어선 이후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지가 통학로로 이용되면서 일방적으로 희생당했다고 주장했다.

    거주민인 정모(58) 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길이니 처음에는 이해를 했지만 아파트가 초등학교에 붙어 있다 보니 등하교때는 물론이고 학교를 마친 이후에도 아파트에 상주해 군것질을 하고 버리는 쓰레기도 많았고 소음도 심해 불편했다”고 말했다.

    김석만 대동다숲 입주자회의 회장은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과 겹쳐 교통 안전문제도 있었고 학생들이 단지 내에서 놀다보니 여러 사고도 많았다”며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오로지 우리 아파트의 몫이었고 그것이 6년 넘게 누적되면서 주민들의 피로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학생 수가 적었다면 수용할 수 있었겠지만 1000명이 넘는다. 애초 교육청이 학교 계획을 잘못해 과밀학급을 만든 것이 주 문제다”면서 “안전한 통학로는 아파트가 아닌 교육청과 지자체 등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반면 교육청과 구청 측은 아파트 출입 통제건은 사유지기 때문에 조율할 권한이 없고, 예산 문제로 당장 우회 통행로 정비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창원교육지원청 학생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내 통학로는 엄밀히 사유지이기 때문에 공기관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면서 “장천초 측과 함께 안전 통행로 조성을 위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구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아이들 통학로 정비 중요성은 알지만 450m의 구간에 정비가 진행돼야 하는데 예산이 없어 당장 보수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해당 통학로에 우선적으로 펜스를 설치하는 등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어태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