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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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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34) 제심협력(齊心協力)

- 마음을 하나로 하여 힘을 합친다

  • 기사입력 : 2022-06-21 08: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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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쯤 농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쁠 것이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시간 따라 적절하게 안배돼 있는 것이 아니고, 몰릴 때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 모내기로 매우 바쁜 때 거의 동시에 보리타작을 해야 하고, 밭에 콩도 심고 깨도 심는 등 눈코 뜰 새 없다. 또 농사일은 시기를 놓쳐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일 분 일 초를 다툰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촌 속담에 ‘오뉴월에는 부지깽이도 거든다’, ‘오뉴월에는 송장도 움직인다’라는 것이 있다.

    이런 힘든 농사일을 좀 더 즐겁게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선조들은 ‘품앗이’라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농사일은 그 특성상 혼자 할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무거운 짐을 혼자서 들 수가 없고, 모내기할 때 못 줄을 혼자서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품삯을 받지 않고 차례를 정해 이 집 일 저 집 일을 돌아가면서 함께 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를 품앗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두레가 있는데, 품앗이는 정해진 틀이 없고 이웃간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두레는 약간 형식적인 틀이 있다.

    예를 들면 모내기는 혼자서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지루해서 못 한다. 밥도 집집마다 준비해야 한다. 열 집이나 스무 집이 모여서 하루는 이 집 일, 내일은 저 집 일을 해나가면 효과도 있고 재미도 있다. 일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장난도 친다. 그래서 모내기, 논매기, 밭매기, 벼나 보리타작 등은 대개 품앗이 방식으로 어울려서 함께 한다. 농사일뿐만 아니라, 잔치를 하거나 장례를 치를 때도 품앗이를 해 일을 비교적 쉽게 효과적으로 처리해 나갔다. 우리 민족의 좋은 전통이었다. 혼자 일을 할 때의 지루하고 비효과적인 것을 어울려 함으로써 즐겁고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생활 속에서 자연적으로 협동정신, 남을 배려하는 정신 등을 배워 나갔다.

    농사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가 품앗이 방식 아닌 것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요즈음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다. 혼자 잘한다고 개인플레이하면, 이길 수가 없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려고 해도, 내과 의사 방사선과 의사 감염과 의사 마취과 의사의 협조는 물론이고, 의료기술자, 간호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기 진행자가 프로를 진행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작가, PD, 조명, 음악, 무대장치 등등 수십 명이 함께 일해야 한다. 한 사람만 삐걱해도 전체적으로 일이 될 수가 없다.

    미국 하바드대학에서 1938년부터 20대의 학생 268명을 대상으로 75년간 추적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생을 가장 잘 산 사람은, 성적이 좋거나 부유한 집안의 학생이 아니고, 남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늘날 모든 것이 풍요하니까 남과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품앗이 정신을 살려 마음을 하나로 하여 남과 어울려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齊: 가지런할 제. *心: 마음 심.

    *協: 모을 협. *力: 힘 력.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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