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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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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33) 여민동락(與民同樂)

-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다

  • 기사입력 : 2022-06-14 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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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전국노래자랑이라는 KBS방송국의 최장수 프로의 34년 최장수 진행자인 송해(宋海)씨가 96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평균수명으로 보더라도 정말 장수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별세를 너무나 아쉬워한다. 대한민국 연예인들 가운데서 가장 많은 후배들이 조문하고, 여러 방송이나 신문에서 가장 자주, 가장 오래 동안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고, 특집방송을 하고, 특집기사를 쓰고 있다.

    그는 가수, 배우, 코미디언, 진행자를 겸한 다양한 재주를 지녔다. 그렇지만 가수로서도 크게 이름이 없었고, 배우로서도 단역배우였고, 코미디언으로서도 그 동년배 가운데 일류는 못 됐다. 진행자로서도 말쑥한 용모에 깔끔하게 말솜씨를 자랑하는 일류는 아니었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악가나 가수로서 전성기를 누린 것은 아니고, 오랜 기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할 줄 하는 소위 딴따라 출신으로, 오랫동안 온갖 고생을 했다.

    그러다가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라디오 교통방송 ‘가로수를 누비며’라는 프로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전국적인 유명인이 된 것은, 전국노래자랑 때문이었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는 1971년부터 있던 프로인데, 1988년부터 그가 진행을 맡으면서부터 인기가 치솟았다. 장수 프로라도 개편 때가 되면, 진행자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국노래자랑은 송해 한 사람이 34년 동안 이어왔다. 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하니까. 2012년쯤에 경남 함안군에서 열게 됐다. 평소 하루 전에 현지에 가서 사람들과 목욕도 하고, 시장에 있는 맛집에 가서 식사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때 급한 일이 있어, 당일 오전에 비행기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함안에 갈 수 있는 모든 비행기가 모두 결항이었다. 오직 먼 포항만 비행기가 떴다. 그렇게 해서 가니 2시간 반 지각이었다. 2시간 반이 지났고, 비가 많이 와 발목까지 적셔 왔지만, 자리를 떠난 사람이 없었다. 송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그는 인기가 좋았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는 송해를 만나서 대적할 상대가 없는 전국 최고의 프로가 됐고, 그는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함으로 해서 최고의 인기스타가 됐다. 타고난 순발력과 유랑극단으로 다져진 현장경험이 연예인으로서의 자산이지만, 그보다도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모든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감능력(共感能力)이었다. 구수한 목소리와 수수한 몸가짐이 누구나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다. 남녀노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장애인이거나 불우한 사람이거나 다 껴안고 함께 어울려 신나게 한 판 기분을 푸는 놀이의 마당을 마련해준 것이다.

    앞으로 또 이 분에 못지않은 대단한 진행자가 나와 전국노래자랑이 모두가 같이 웃고 우는 좋은 프로로 장수하기 바란다.

    *與 : 더불 여. *民 : 백성 민.

    *同 : 함께 동. *樂 : 즐거울 락.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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