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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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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휘봉- 박현숙(경남동부보훈지청장)

  • 기사입력 : 2022-06-13 2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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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꼬맹이들부터 만나는 이들에게 지휘봉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 없이 ‘지휘봉’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보았다. 나이와 경험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카라얀, 합창, 장군, 군인, 해리포터, 마술봉, 요술봉….

    뜬금없는 질문에 다들 의아해하며, 왜 묻냐는 질문과 표정에 “그냥”하고 얼버무리고는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는 한다.

    사실 작년 여름 뜨거운 날에 땀에 흠뻑 젖은 마스크를 낀 6·25참전유공자를 사무실 복도에서 만났다. 바꿔 쓰시라고 마스크 한 장과 물 한잔을 드리고는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출장을 갔었다.

    며칠 뒤, 직접 만나서 전해드리겠다고 하셨다며, 난감해하는 직원과 함께 복도에서 만났던 그 어르신이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감사해서 인사를 하려고 하시면서 본인께서 만든 ‘지휘봉’이라며 불쑥 내미신다. 어르신은 뭘 선물할까 하다 ‘지휘봉’을 만드셨단다. 지청장이니 윗분께 보고할 때나 직원들 교육할 때도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하신다.

    내 눈에는 예쁜 재활용품들로 만든 탓인지 만화영화 ‘슈가슈가룬’에 나오는 ‘요술지팡이’ 같이 생겼다. 봉 끝에는 유리구슬 같은 것을 붙였고, 걸어 놓을 수도 있게 리본도 묶여 있다. 막대기에는 사포질을 많이 하신 듯 매끈하다.

    마음만 받겠다 거절하니 불같이 화내며 놓고 가버리신다. 직원에게 선물 신고를 하고 청탁금지법에 해당되는지 사진을 찍어 감사실에 보내라고 지시를 했다. 굳이 사진을 찍으라는 나의 내심은 사진을 보면 재활용으로 만든 것이니 받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고 싶어서였다.

    6월 호국보훈의 달, 돌려드리고 없는 참전유공자께서 만드신 나만의 그 ‘요술봉 같은 지휘봉’을 들고, 처음으로 손 글씨로 만든 보고를 하고 싶다. 청탁금지법, 부정부패 의무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 데도 나는 아직도 그 ‘요술봉 같이 생긴 지휘봉’이 갖고 싶다. 마음에 남아있는 그 요술봉으로 청탁이 없는 공정한 세상이 되라고 주문해 본다.

    박현숙(경남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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