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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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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민들레 둥지 아이들- 김덕현(시조시인·낙동강학생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2-06-08 2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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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록의 계절을 맞아 무척산이 온화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낙동강 은빛 물결을 허리춤에 감고서 이어진 산맥도 없이 홀로 우뚝한 모습, 전해지는 가락국 신화는 신비감을 더해준다.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 무척(無尺)이라니 그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 산자락에 낙동강학생교육원이 둥지를 틀고 있다.

    사랑의 열병처럼 붉게 타오르던 봄꽃의 향연과 함께, 우리 교육원에는 성장통을 앓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새로운 가족이 됐다. 꽃들의 축제도 끝난 나뭇가지 끝에는 연초록 새순이 돋았고, 원내 둘레길에는 민들레꽃이 노랗게 피었다. 아픔을 안으로 삼키며 기어이 일어서는 민들레. 누가 돌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피어난 생명의 꽃, 민들레! 우리 아이들을 닮은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이곳을 ‘민들레 둥지’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그냥 어른이 되기 싫다는 아이들. 현재 생활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삶이 팍팍하고 재미없어 보여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아픔 많은 아이들이다. 시시한 어른이 될까 봐, 탐욕에 눈먼 기성세대처럼 되기 싫어서 막연한 성장을 꿈꾸려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책임이요, 이들에 대한 감당은 기성인들의 몫이다.

    오늘 아침, 산책을 마친 순길이가 배가 고프다고 야단이다. 급히 급식소로 향하는 그에게 천양희 시인의 〈밥〉이란 시 한 수로 멋진 하루를 응원해 본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그 뒤에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 “너무 서둘지 않아도 돼”라며, 나머지 아이들을 챙기는 담임선생님. ‘오늘 하루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가자’고 지지를 보내는 우리 선생님들이 뒤따른다. 성숙을 위한 더위인지 벌써 볕이 따갑다. 뙤약볕과 천둥을 겪은 가을에는 둥지를 떠나 세상을 누빌 민들레 홀씨들이 무척 아름다울 듯하다.

    김덕현(시조시인·낙동강학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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