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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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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손- 유홍준

  • 기사입력 : 2022-06-02 07: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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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내 사는 집 뒤란 화살나무에 지은 새집 속 새알 만져보고 알았다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 있다는 거, 그걸 알았다


    더 이상 어미가 품지 않아

    썩어가는

    알이여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도 그랬다


    내 손에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다

    비실비실 죽어갔다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부패해갔다


    ☞ 손을 탄다는 말은 부정을 탄다는 말과 어떤 의미에선 같은 말이다. “사람이 만지면/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부정을 탔다. 어미 새가 더 이상 품지 않아 썩어간다. 부정을 탄다는 것은 이렇게 깜깜하다.

    손을 댔다는 것은 자연(自然)에서 인위(人爲)로 옮겨오는 것이다. 더 이상 자연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것이 새알이든 물고기든 자연에서 벗어나 인위로 옮겨오는 일이다. 더 이상 자연이 아니라 인위적(人爲的)인 것이 되는 것이다.

    손을 탄다는 것이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시인(詩人)의 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참 손을 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함부로 저 자연에 손대는 일이 없어야겠다. 부정 탄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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