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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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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29) 사은난망(師恩難忘)

- 스승의 은혜를 잊기 어렵다

  • 기사입력 : 2022-05-17 08: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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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훌륭하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지 못할 은혜를 입은 스승이 적지 않지만 필자에게 가장 큰 은덕을 내린 스승이 바로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 1917~2000) 선생이다. 지난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라 평소보다 더욱 선생의 은혜를 생각하게 됐다. 필자가 평생 한문학(漢文學)을 연구해 적지 않은 논문을 발표하고 저서를 낸 것은 선생의 은혜가 절대적이다.

    필자는 거의 운명이라 할 정도로 10세 때부터 한문에 취미를 붙여 미친듯이 좋아했다.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다. 한문을 잘해 보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혼자서 옥편(玉篇)을 외우고, 국어사전에서 고사성어(故事成語)를 뽑아 사전도 만들고 해 봤지만, 한문 문리(文理)가 툭 트이지 않으니, 마음은 언제나 매우 답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유명한 교수님들에게 한문 문법을 알려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다른 분들은 답장이 없고 오직 선생만 답장을 해 주었다. “한문 문법을 편지로 답하기는 어려우니 졸저 한문신강(漢文新講)을 사 보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시골 고등학생이 일국의 대가로부터 친필 답장을 받았으니 너무나 기쁘고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즉각 한문신강을 사서 여러 번 통독했음은 물론이다. 그 이후로 문장도 안 될 한문 편지를 지어 보내어도 꼭 답장을 했다. 필자는 학교에서 강의를 들은 것은 없고 편지를 주고받거나 댁으로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았다. 선생으로부터 받은 친필 편지와 한시가 수십 통 되는데, 앞으로 연옹수간(淵翁手簡)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낼 생각이다.

    선생은 당당하여 누구에게나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다했다. 이런 점이 선생의 최대 장점이지만, 너무 심하게 엄숙하게 하기 때문에 최대의 결점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 위엄에 눌려 아예 접근을 하지 않았다. 발길을 돌린 제자나 지인들도 적지 않다.

    또 필자가 선생의 잘못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면 순순히 잘 받아들였다. 절대 권위를 내세워 거부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선생의 위세에 눌려 앞에서 할 말을 못 했다. “‘다음에 하지’ 하고 미루면 안 된다. 부지런히 글을 많이 잃고, 많이 생각하고, 글을 많이 짓고 책도 많이 내라”고 늘 격려하셨다. 연민 선생의 학문을 계승해 연구하는 연민학회가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해 한문학 한국학 계통의 대표적인 학회로 커 가고 있다. 필자는 별 능력이나 업적도 없이 14년째 연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많은 분들이 크게 도와주어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연구해 후세에 영원히 남게 하는 것이 선생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라 생각한다.

    *師: 스승 사. *恩: 은혜 은.

    *難: 어려울 난. *忘: 잊을 망.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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