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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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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공정한 납품 구조에 휘청거리는 협력업체

  • 기사입력 : 2022-05-16 2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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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병폐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꼽힌다. 그동안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갑과 을이란 종속관계 속에 병폐는 지속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실태 조사’에서 중소협력업체의 42.4%는 원사업자로부터 납품단가를 올려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경우 51.2%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원사업자가 합당하게 비용 분담을 하지 않아 협력업체가 가격 상승분을 떠안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한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에 매어있다. 원자재를 판매하는 대기업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납품받는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그 부담은 중소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공급원가 변동이 있을 때는 하도급 대금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조정을 신청해본 협력업체는 39.7%에 그쳤고 54.6%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협력업체의 요청에도 원사업자가 조정을 거부한 경우도 48.8%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제도가 있어도 강제력이 없어 중소기업에게는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원자재 가격이 인상됐는데도 납품단가에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고 상식에도 어긋난 행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해 오는 8월부터 납품단가 연동에 따른 모범계약서를 제정·배포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 효과는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와 마찬가지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납품단가에 자동 반영되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민간 자율에 맡겨서는 단가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 간 고착화된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국가가 거래를 규율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의 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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