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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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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주 특별한 하루- 김선흥(마산 한일여고 교감)

  • 기사입력 : 2022-04-26 2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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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직생활 3년차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을 엊그제 만났다. 무려 30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동안 총동문회 밴드에 학교 소식을 간간이 올려 줬는데, 밴드라는 이 온라인 공간의 힘이 어찌나 큰지 소식 하나 올리면 전국에 흩어졌던 동문들이 일제히 응답하는 그야말로 화산만큼 뜨거운 만남의 공간이 됐다. 나의 제자들도 이 공간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극적 상봉을 하게 됐다.

    처음에 이 친구들이 만남을 제안했을 땐 정말 부담스러워 주저주저했다. 세월이 흘러 흘러 30년. 젊은 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노년으로 가는 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째 자신이 없어서였다.

    집요한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약속을 잡고 나서는 며칠간 마음이 복잡했다. 나이 든 서로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도록 사진도 교환하고, 또 서로 살고 있는 형편도 어느 정도 공유해 세월의 거리를 좁혔지만 말이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렘과 긴장으로 약속 장소에 등장하는 순간, 우려하고 두려웠던 마음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우린 금방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으므로….

    2학년 15반, 나의 제자들은 소풍 사진, 스승의 날 행사 사진, 체육대회 사진, 심지어는 방학 때 내가 보낸 엽서까지 학창 시절의 추억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쉰 살이 된 지금,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은 바로 자신들의 고교 시절이었노라 말하며, 연신 학교와 친구들이 생각났고 선생님들이 그리웠다고 손을 잡는 제자들을 보며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몇 년 전 퇴직하던 선배 교사의 마지막 얘기가 떠올랐다. “한 사람의 인생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요? 교사라는 직업은 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한가운데를 깊숙이 관여해 진로를 안내하는 경건하고 성스러운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부디 이 영광스러운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언제 어디서든 자부심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교사라는 직업의 가치, 경건하고 성스럽고 그래서 더욱 영광스러운. 내 직업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마주한 아주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김선흥(마산 한일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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