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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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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산업의병 아시나요- 조양상(수필가·조선플랜트엔지니어링 대표)

  • 기사입력 : 2022-04-18 2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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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만에 옥녀봉에 올랐다. 발 아래 옥포만이 펼처져 있고, 오랫동안 일했던 옥포조선소 전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어머님 품같이 아늑하다. 구슬 포구를 품었던 갯마을의 잊혀진 지명은 아양리다. 옥녀의 자궁터에 조선소가 들어선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나라 조선업을 개척했던 산업역군들의 동고동락은 필연이었다. 옥녀가 옥동자를 다산하듯 온갖 고난을 감내하며 각종 선박과 해양 플랜트를 건조해 내었던 그 시절이 아련하다.

    동료들 얼굴이 그립다. 힘찬 함성을 외쳐 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조성모의 ‘아시나요’ 노랫말이 메아리로 반향한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그대가 머문 흔적 때문”이란 구절에선 목이 메인다. 그때 우리는 의병의 각오로 일했다. 충무공과 조선 수군이 옥포대첩 첫승리를 일구었듯 우리 또한 일본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기필코 일제를 제압하겠다는 산업의병의 심정으로 싸웠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 되고 조선업 왕국에 우뚝 선 것은 산업의병,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의 열매다. 밤새워 철판을 녹여 붙인 애사애업의 불꽃이며 산업재해에 적지 않은 목숨을 바치며 이룬 숭고한 업적이다. 조선경기 침체로 조선소에서 쫒겨나 옥녀봉 산불 감시요원, 도로변 잡초제거 잡부로 전락한 산업의병들을 보면 억울해 눈물이 난다. 그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고급 기술인력 국가 산업자산인가?

    이런 산업의병들의 뜻을 모아 지난달 ‘조선업기술인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흩어진 이들을 모아 인력난에 허덕이는 조선소에서 다시 일하게 해 주고 싶다. 조선업 발전을 위한 교육과 연구로 후진양성에 기여하고 지역사회 놀이터와 정류장 보수 등 재능기부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조선업은 물론 반도체 등 세계 일등 산업분야에서 평생을 바친 산업의병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해야 한다. 연금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라와 국민이 그들의 삶을 알아주고 기리는 훈장 하나면 그만이다.

    조선업기술인협동조합원들과 옥녀봉에 다시 올라야겠다. 애국가도 힘차게 부르고 잊혀진 산업의병의 기록도 다시 써야겠다. 경제전쟁시대, 산업의병들이 예우받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펼치고 싶다.

    조양상(수필가·조선플랜트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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