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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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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선생님, 이렇게 생기신 거였어요?”- 김선흥(마산 한일여고 교감)

  • 기사입력 : 2022-04-05 20: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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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내 주위 선생님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내용인즉 3교시 수업 중 A선생님이 갑자기 사레가 들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스크를 잠시 내렸다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해결했는데 바로 앞에 앉아있던 학생이 느닷없이 “선생님, 이렇게 생기셨던 거였어요?” 하며 엄청 놀라움의 질문을 던지더란 거였다. 그 눈빛과 제스처가 너무나 강렬한 모습이어서 오히려 선생님이 더 당황했다는 얘기였다.

    A선생님은 “이건 내 실물에 실망했다는 걸 까요? 아니면 기대 이상이었다는 걸까요? 그런데 그 학생 흔들리는 눈빛을 보면 실망했다는 듯 싶은데…저 기분 정말 이상해요.”

    우리 모두 A선생님 얘기에 한바탕 웃었지만 이건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그야말로 웃픈 현실이다. 이렇게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마스크로 인해 맞닥뜨린 당황한 사연들은 지금 우리 곁에 넘치고 넘칠 것이다.

    개학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우린 아직 학생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특히 담임 선생님들은 저 애가 우리 애인가 다른 반 애인가를 놓고 매번 헷갈려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 상황은 학생들도 마찬가지. 뜻밖에 봤던 선생님 얼굴에 놀라워하며 한 달이 넘도록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을 제대로 모르니 이런 불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말 답답하다.

    사실 어찌 보면 이번 고 3학생들은 코로나의 최대 피해자이다. 마스크를 끼고 입학해서 마스크를 끼고 졸업할지도 모르니. 학창 시절 제일 즐거웠을 체육대회는 엄두도 못냈고, 또 체험학습이며, 수학여행도 건너뛰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가을이 되면 열었던 축제도 맛보지 못했으니 나중에 고교 시절을 떠올리면 딱히 기억에 남을 그리운 시간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요즘 확진된 선생님들이 있어 더러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을 만난다. 학교에서 가장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으면 한결같은 학생들의 대답은 체육대회, 소풍, 그리고 축제다. 진정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찐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소망이 참 크다는 걸 느낀다.

    만개한 교정의 벚꽃을 보며, 하루빨리 학생들과 손잡고 저 꽃나무 속으로 들어가 마음껏 웃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본다.

    김선흥(마산 한일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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