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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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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포손지락(抱孫至樂)- 민창홍(시인·성지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3-22 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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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하면서 유치원에 들러 손주를 데리고 간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지 끊임없이 조잘댄다. 포켓몬 딱지 좋아하느냐, 애벌레를 잡아봤느냐, 비행기를 타 봤냐 등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 대답을 빨리하지 않으면 계속해 묻는다. 대답하다 보면 어느덧 나도 아이가 된다. 할 이야기가 궁할 때쯤이면 “할아버지 간식 사주세요” 한다. 하는 수 없이 마트에 들러 과자를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 신이 나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비밀인데요. 자기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고 푸념을 한다. 만화를 보며 간식을 다 먹어갈 시간이 되면 며느리가 퇴근하며 아이를 데리고 간다. 내가 해야 할 일과가 잘 마무리됐는데도 왠지 허전하다. 갑자기 집이 텅 빈 느낌이다.

    내가 아는 시인은 포손지락(抱孫至樂)이 제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인생에서 손자를 안아보는 일이 제일 큰 즐거움이라며 나에게 부러운 듯 덕담을 건네곤 한다. 어느 모임에서 중년의 여자분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해 그 사유를 물어보니 아들딸 모두 결혼을 안 했는데, 결혼시켜 손주를 꼭 안아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해 한바탕 웃은 일이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부모님들의 성화로 경제적 어려움에도 결혼적령기에 맞춰 혼인했고 떡두꺼비 같은 손주를 안겨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그 시대에 그 세대들은 그렇게 살았다. 이제는 반대로 성화를 부려도 결혼을 하지 않아 애태우는 부모가 많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 든 부모는 한결같이 자식 걱정하며 산다.

    요즘은 젊은이들의 결혼이 대체로 늦은 편이다. 결혼적령기가 따로 없이 늦어지는 것은 마땅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MZ세대의 자유로운 사고와 자아 성취에 대한 현실 인식도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경제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는 까닭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작은 아이에게 ‘이만큼 키워줬으면 짝을 만나 독립해 살아야 한다’라고 잔소리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이다.

    손자는 오늘도 노란 나비를 그렸다며 자랑을 한다. “잘 그렸지요” 하고 몇 번이나 물어본다. 그림 속 나비가 들려주는 유치원 이야기에 시간이 간다.

    민창홍(시인·성지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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