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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 0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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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한솥밥- 문성해

  • 기사입력 : 2022-03-17 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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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다디달다


    ☞ 혼밥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다. 그러고 보니 한솥밥을 통해 가질 수 있었던 연대 의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같은 솥에서 푼 밥으로 밥심을 키웠던 식구나 식솔이라는 단어마저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문성해 시인은 시가 돈이 되지 않은 시대에 전업 시인 부부로 살고 있다. 다디단 한솥밥의 의미를 이해하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중년 부부다. ‘한솥밥 먹은 사람이 한울음 운다’는 말이 있듯이 시인 부부의 마음이 그렇게 통했던 것일까. 지구의 한 모퉁이에 슬며시 두고 온 도시락이 공중 나는 새와 들짐승에게 힘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그 밥심으로 인해 지구가 소리 없이 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온 우주가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지금 이 시간, 전쟁이 난무한 저 땅을 향하여 평화의 횃불을 들어 본다. 아- 우크라이나!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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