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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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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부 문화- 윤미자(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총무팀장)

  • 기사입력 : 2022-03-13 20: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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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한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성금 모금을 한 적이 있다. 무료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면서 시민들에게 성금 기부를 유도하는 행사였다. 100원 이상의 성금을 내기만 하면 평소에 20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기회여서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라 예상했다. 모은 성금은 적십자사에서 백혈병 소아암 재단에 전액 기부하는 행사여서 기대는 더욱 컸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모금함에는 아쉽게도 100원짜리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 몇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봉사원들이 열심히 성금을 유도했지만, 100원이라고 제시된 금액 때문인지 모금은 잘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1000원을 내고 아이스크림 10개를 달라고 했다.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라 1000원을 주고도 그럴싸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기 어려운데 1000원 지폐 한 장을 넣고, 두 손으로도 다 쥘 수 없는 아이스크림을 꾸역꾸역 챙기는 모습이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안타까웠다. 결국, 몇 발짝 못 가서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졌다. 생각건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모금 행사가 적은 돈으로 물건을 많이 살 수 있는 할인 행사처럼 인식된 것은 아닌가 싶었다. 욕심 때문에 한낱 쓰레기로 전락해 버린 아이스크림이 기분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날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해 생각해 봤다. 많은 사람이 기부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고, 마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기부를 독려하는 것 못지않게 기부에 대해 더욱 친밀하게 바라보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기부는 금전적인 여유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내 이웃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내가 가진 사과 한 조각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이 기부”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절실한 요즘이다.

    힘든 노동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어르신, 한 푼 두 푼 모은 돼지 저금통을 봉사단체에 전달한 초등학생,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윤미자(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총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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