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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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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달고나의 경제학- 도희주(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22-03-03 20: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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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인이 달고나라떼를 건네줘서 처음으로 마셔봤다. 달달하고 가벼운 맛이 인기 영화 하나로 몸값이 그렇게 뛰는 이유가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시리즈에 등장 이후 오래전에 잊혔던 ‘달고나’라는 군것질거리가 갑자기 세계적 기호식품이 된 것 같다. 요즘은 커피로, 캔디로, 토핑으로 우리들 기호식품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앞으론 어떤 모습으로 더 진화할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달고나는 용돈이 부족하던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군것질거리였다. 학교 교문 옆이나 문방구 근처에 작은 박스와 연탄 한 개짜리 화덕을 놓고 앉았던 할아버지를 기억한다. 아이들은 국자에 설탕을 담아 연탄불 위에서 녹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소다를 넣고 능숙하게 부풀렸다. 달고나가 완성되기까지 주변의 친구들도 군침을 삼키며 어깨너머로 지켜보았다. 막대기로 찍어 그 달달한 달고나가 입으로 향하면 그날 돈이 없는 애들은 은근히 친분을 과시했다. 한 입 주기를 희망하며. 달고나 주인은 재빨리 머리를 굴린다. 이 친구는 나중에 갚을 수 있을지. 분명히 빚 갚을 신뢰가 가는 친구라면 거래는 성립된다. 그게 아니라면 매몰차게 외면한다. 아이들의 비즈니스 세계도 어른 못지않게 냉정하다.

    처음엔 국자에서 막대스푼으로 찍어먹었다. 이후 철판에 부어 납작하게 눌러주는 형태로 변했다. 아끼려고 조금씩 먹다 보니 국자 순환이 느렸기 때문이다. 납작하게 눌러주자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몇 번 부숴 먹으면 끝. 매출은 늘고 아이들은 눈이 빠지게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다가 한 단계 더 발전해서 별이나 자동차 물고기 모양의 틀로 찍어 주는 방법이 개발됐다. 찍힌 모양이 부서지지 않게 오려내기만 하면 하나 더 주는 것으로. 아이들은 하나 더 먹겠다고 모양 따라 오려내는 데 집중했다. 실패하면 아쉬워 다시 코 묻은 돈을 내밀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게 오려 뗀다고 해서 ‘오려떼기’다. 영화에서는 달고나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달고나는 최초 형태고 오려떼기는 최종 형태다. 경남 창원 방언으로 ‘오리떼기’ 또는 ‘오리띠기’로 불리기도 했고 부산에서는 ‘똥과자’혹은 ‘똥까자’로 부르기도 했다.

    신문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달고나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국자·설탕·식소다·모양세트 포함) 하나가 무려 2만원 선에서 팔린다고 한다. 어이가 없지만 문화적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매겨진 가격이다. 그걸 없어서 못 팔기도 했다지 않은가. 오징어게임 제작자가 소설가 김훈의 딸 김지연 (주)싸이런픽쳐스 대표다. 그의 선구안이 놀랍다.

    지금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인들이 우리나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말은 물론이며 영화, 드라마, 가요, 춤 등이 관심사다. BTS가 손에 들거나 입거나 보는 모든 것이 인기상품이 되는 시대. 오랫동안 선진국을 부러워했던 우리다. 한국적 사고, 한국적 정서, 지극히 한국적인 문화가 블루오션이 된다는 말이다. 달고나의 부활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통기타와 팝송으로 글로벌시장의 문을 열고 미제상품으로 시장을 잠식했었다. 문화의 경제학이다. 집중하고 찾아보면 우리가 가진 ‘달고나’의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것을 발굴하고 형상화해야 할 의무가 작가에게도 있다. 필자도 그중 한 명이라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도희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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