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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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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장터에서-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02-23 20: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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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에 지칠 때 시장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오일장이 열리는 시장에 들어서면 바다 냄새 풍기며 퍼덕이는 생선과 상인들의 힘찬 목소리에 잃었던 활력을 얻는다. 봄물 머금은 푸성귀를 고르고 뜨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 먹으면 시들했던 삶에도 생기가 돋게 된다.

    칡뿌리가 다발로 쌓여있는 난전에는 볶음 구기자와 맥문동이 나란히 있고, 다섯 켤레 만원 하는 양말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돼지껍데기가 끝내주는 집도 있고 코끝을 자극하는 젓갈집도 발목을 잡는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잡동사니와 골동품도 그 곁에서 의연하다.

    질서 정연한 마트를 마다하고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장터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삶에 대한 진면목을 보아서이다. 하루치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거친 숨결에서 생의 치열함을 알게 되고, 투박한 언어와 몸짓에서 탄탄한 생의 근력을 느끼는 것이다. 거기에 한 움큼 얹어 주는 후덕한 인심까지 얻다 보면 가슴이 훈훈해져 온다.

    부로코리, 콜러비, 비터가 신박한 이름으로 물건 값을 지킨다. 주인도 시침 뚝 떼고 너스레를 떤다. 물건을 보면 단박 알아채는 손님의 센스가 있으니 맞춤법이 무슨 대수인가 한다. 언쟁을 할 때도 있다. 상대에게 목청을 돋우고 고성을 지르면 터줏대감 건어물 집 노인이 나와서 칠 보시를 나직이 말한다. 사람의 인상만 보고도 반 관상가가 된 노인의 한 말씀에 장터는 다소 정리가 된다.

    굳이 장만할 것이 없어도 복잡한 사람 길을 따라 걷는다. 길과 길이 이어지니 스치듯 지나간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인생길도 이와 같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장 선상이 아니던가. 이웃끼리 소통하고 보듬으면서 잘 살아내야 하는 방법도 알아간다.

    햇살 한 뼘 없는 음지에도 윤기 나는 목소리가 질펀하다. 엉킨 생각들을 풀고 조였던 숨통을 드러내는 곳. 맺힌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되는 곳. 낮은 바닥에서 건져 올리는 삶의 진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곳, 이곳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장터이다.

    문짝이 달랑거려도 손 볼 여가가 없다며 너털웃음 짓는 주인을 향해 외친다. “여기 청양고추 넣은 잔치국수 한 그릇요.”~~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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