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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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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턱을 넘어서다-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02-16 20: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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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만치 앞서 가던 차의 지붕이 살짝 떠올랐다가 금세 까무룩 해진다. 그 뒤를 따라가던 차도 덩달아 꿀렁거린다. 나는 천천히 가속페달 위에 있는 오른발에서 힘을 뺀다. 양방향 편도 1차선 도로 가운데를 가로지른 턱을 넘기 위해서다. 네비게이션은 길 안내와 과속을 낸다 싶으면 경고음을 들려주는데 턱의 등장은 예측하지 못하나보다. 과속범칙금 고지서 받는 일은 드물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턱으로 가슴을 쓸어내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스쿨존이나 노약자 보호 도로에 유난히 불룩한 턱이 많다. 흰색과 노란색의 선명하고 굵은 선이 ‘운전 조심’ 이라는 경고장 같다. 한편으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주에 익숙한 사람은 매번 덜컹거린다고 투덜댄다, 누군가는 그까짓 거라며 무작정 넘고, 어떤 이는 가장자리에 한 바퀴를 걸친 채 유연하게 대처한다. 그런 모습에서 운전자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나이와 성격과 단련된 경험이 그 낮은 고개를 넘는 방법이겠다.

    생의 여정에도 가로 놓인 턱을 넘어야 할 때가 있었다. 종손 며느리로서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던 턱이 있었고,150년을 지탱해온 가옥이 개발을 위해 철거를 당하는 참담한 턱도 있었다. 지인과 두텁던 신뢰의 벽이 한순간 무너지던 턱 앞에서 속울음을 삼켰고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로 가족과 홀연한 이별 앞에서 황망의 턱을 넘기도 했다.

    가끔은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예감이 턱이 있는 지점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막상 맞닥뜨리면 당황하여 상처를 입었다. 넘어져 상처 난 자리에 딱지가 생기고 새 살이 차오르듯, 잦은 턱은 오히려 내성을 만들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은 것이며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은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그러니 부여된 생의 길목에 턱 하나 놓였다고 망연자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용기를 가지고 결단코 넘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길이 허용되는 생의 과정이다.

    턱은 쉴 새 없이 내달리는 삶에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라는 쉼표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는 나지막한 고개이다. 어떻게 넘어서는 가는 본인의 몫이다.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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