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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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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봄날 만들기-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02-09 2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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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깥의 찬 기운이 피부에 와닿는다. 입춘이 지나갔어도 겨울이 쉬 물러서지 않으려나 보다. 몸은 잔뜩 움츠러드는데 베란다 식물은 방금 준 물을 머금어서인지 파르르 몸을 푼다. 그중 천리향나무가 나와 눈이 맞았다. 어제나 그제나 기척도 없던 나무다. 자세히 보니 밥알처럼 꽃눈과 잎눈이 불거져 나온 게 아닌가. 영양제를 꽂으며 가만가만 속삭였던 내 말에 대한 화답인가 싶다.

    올망졸망 암팡지게 달라붙은 작은 생명의 움 돋음이 대견스럽다. 모든 생물들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나고 죽지만,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만큼은 신비롭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다.

    서둘러 문우와 약속한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철새들이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오후 시간의 햇살을 가늠해 옷차림을 가볍게 했다. 두어 시간 둑길을 걷다 보면 뜻하지 않은 풍경에 감흥의 온도는 충분히 몸을 덥혀줄 테니까.

    미세먼지 없는 맑고 청명한 날씨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둑길을 걸으니 엉킨 생각들이 풀리고 마음이 유순해진다. 저 멀리 저수지 양지쪽에 어림잡아 수 백 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한가로이 있다. 청둥오리, 재두루미, 고니 등 20여 종류가 넘는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에 와서 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 사이로 일렁이는 잔물결과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이 가슴을 덩달아 출렁이게 한다.

    때맞춰 들판으로 날아오르는 재두루미의 군무에 환호성을 질렀다. 떼를 지어 나르지만 저들만의 엄연한 질서가 있다. 철저하리만큼 법칙에 따르는 것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충돌하지 않으니 탐욕으로 아귀다툼을 하는 인간들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산그리메 아래에서 겨울이 천천히 봄을 끌어당기고 있다.

    귀로 들리는 소리와 눈으로 보이는 풍경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공허한 마음이 저만큼 밀려났다. 색 바랜 갈대와 제 멋대로 우거진 풀들도 쓸쓸한 아름다움을 털어내려고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 보면 계절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삶의 활기를 찾고 싶다면 스스로 봄날을 만들어 볼일이다.

    이동이(창원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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