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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뽑기’로 갈린 운명-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10-18 20: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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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체전 야구소프트볼 경기가 ‘뽑기’로 운명이 갈렸다.

    비로 인해 야구소프트볼 경기가 추첨으로 진행되면서 어린 선수들의 미래가 뽑기로 결정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순전히 ‘뽑기 운’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하고, 팀이 우승한 경우도 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올해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야구소프트볼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경북 포항에서 진행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많은 비로 인해 16강전, 8강전, 4강전 승자를 경기 대신 추첨으로 가리는 일이 벌어졌다. 운도 실력이라지만, 뽑기로만 승부를 가른 경기가 전국체전에서 벌어져 일각에서는 전국체전 대회 진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고교 소프트볼팀이 단 한 차례 뽑기에 져서 경기장에 서 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는가 하면, 경기도 치르지 않고 우승한 팀도 나왔다.

    주최 측에선 ‘대회 일정상 다른 방도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야구 종목의 특수성을 고려한 진행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체전은 아마추어 스포츠의 꽃이자 운동선수 한 해 농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중요한 대회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면 취소됐던 전국체전은 올해도 고등부 경기만 진행했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는 궂은 날씨 속에 정상적인 대회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북 지역에 내린 많은 비로 개막 이틀째에만 16강전 3경기가 모두 취소됐고, 취소된 경기는 하루 뒤인 10일에 정상 진행했지만, 11일에 다시 장대비가 내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루뿐인 예비일을 이미 소진한 주최 측은 결국 11일 추첨으로 16강전을 진행했고, 여기서 세광고가 경남고를, 마산용마고가 장충고를 꺾고 경기 없이 8강전 티켓을 손에 쥐었다. 추첨 8강전에서는 대전고가 유신고를, 강릉고가 인천고를, 세광고가 마산용마고를 상대로 각각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 소프트볼 진주외고는 추첨에서 결승전까지 올랐다. 결국 결승전에서도 경기를 하지 못하면서 진주외고는 1경기도 치르지 않고 우승하는 행운을 안기도 했다. 반면 경남고, 장충고, 북일고, 유신고 등 전통의 강호 팀들은 제대로 경기도 못 해보고 탈락하는 불운을 맞았다.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관계자는 “전국체전 대회 규정에 우천으로 경기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추첨으로 승리 팀을 정하게 돼 있다”면서 “전국체전은 야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종목이 참여하는 대회다. 같은 날 개막해서 같은 날 폐막하고, 14일까지 모든 대회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추첨 규정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국체전 대회 진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촉박한 대회 일정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16강전을 미리 진행하고, 대회에선 8강부터 진행하는 방법 등이 고려돼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시합을 운에 맡기는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력이 아닌 뽑기 운으로 8강 팀, 4강 팀을 정하는 전국체전에서 어린 꿈나무 선수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몇년을 기다리면서 운동을 해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승부가 끝나버린다면 노력의 결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도 실력이라지만, 경기장에 서 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하는 이러한 경기는 다음 체전에서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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